[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전 세계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 메모리 업체들의 HBM 기술력 추격이 거세 독점 수준의 점유율 구조가 깨질 위협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최근 차세대 HBM으로 불리는 컴퓨터익스스프레스링크(CXL) 기반 D램 양산 준비를 마치며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집중하는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3일 인증을 받은 CXL 2.0 기반 CMM-DDR5 96GB 제품. (사진=SK하이닉스)
25일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번주 CXL 2.0기반 ‘CMM(CXL Memory Module)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96기가바이트(GB)’ 제품의 고객사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CXL D램은 HBM과 또 다른 영역의 차세대 기술로 꼽힙니다. 이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등을 효율적으로 연결해 대용량, 초고속 연산을 지원합니다. 여러 장치별로 사용되는 언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데이터가 곧장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터 빠른 연산이 이뤄질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 제품을 적용하면 기존 DDR5 대비 용량이 50% 늘어나고 제품 자체의 대역폭도 30% 확장돼 초당 36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HBM과 마찬가지로 AI 구현을 위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돕는다는 특징이 있어 다음 D램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은 지난 2022년 170만달러에서 오는 2028년 15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직 시장 수요가 많지 않으나 이런 성장 가능성이 있어 SK하이닉스가 미리 준비 체제를 갖추는 모습입니다. SK하이닉스는 CXL DDR5 128GB 제품도 다른 고객사와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CXL D램 생산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 삼성전자가 42.4%, 마이크론이 5.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만년 3위인 마이크론이 올해 HBM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론은 고객 확보를 위해 최근 HBM 장비를 대거 주문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AI 반도체메모리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가 CXL 시장까지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관측입니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HBM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CXL D램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됩니다. 다만,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뺏겨 올해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뺏긴 삼성전자도 CXL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128GB 제품의 고객 인증을 완료했고, 현재는 256GB 제품의 인증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