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의 고율 관세 발표 이후 전 세계 증시가 극도로 혼란한 4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입만 바라보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관세를 얼마 부과하든 아랑곳없이 제 갈 길 가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변동성이 휘몰아치는 장세에서는 철벽방어 능력을 자랑하는 수비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 안하면 관세 부담도 없어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의 관세 협상이 시작됐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 협상단이 미국 워싱턴에서 ‘2+2 통상협의’를 진행, 관세 폐지 등을 위한 7월 패키지 합의를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는 데 힘을 쓸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고받는 협상인 만큼 무엇을 내줄 것이냐도 관건이고 뒤따르는 방위비 협상이나 소고기 수입 확대 이슈 등도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국내 증시는 현지에서 전해지는 속보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직접 관련된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그 여파가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어쩔 수 없이 7월 혹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시장의 변동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든, 그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기업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이 없다거나 있어도 비중이 극히 작은 경우입니다. 또 다른 건 다 줄여도 줄일 수 없는 필수소비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이에 해당합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들을 일컬어 방어주라고 하는데요. 다 같은 방어주는 아닙니다. 관세 또는 그에 준하는 공격을 버텨낼 수 있는 철벽수비수를 선별해야 합니다.
수입 필요한 내수업체 불안
선별 문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운가입니다. 미국향 수출비중이 낮을수록 좋습니다. 미국의 입김에 글로벌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감안하면 아예 다른 나라에도 수출을 하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하겠지만, 내수 비중이 80%를 넘는다면 안정권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두 번째는 금리와 환율에 둔감한가입니다.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도 만드는 제품의 원재료를 수입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환율 변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일으킨 통상 갈등으로 우리 경제가 불안해진 탓에 원달러환율이 뛰었습니다. 원재료를 수입하는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상당합니다.
음식료 섹터엔 내수 위주의 기업들이 많지만 정작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해야 해 부담이 커졌습니다. 판매가격 인상에도 한계가 있어 요즘 같은 시기엔 이들을 방어주로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또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는데요. 이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금리는 기업의 이자 비용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변수인 동시에 환율에도 작용해 중요합니다. 금리와 환율에서 자유롭기 위해선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낮은 사업을 하는 동시에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이 좋습니다.
세 번째는 실적 추이입니다. 최근 3개년의 실적 추이가 중요하겠지만 가급적 10년 정도는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년 대비 급증 또는 급락이 빈번하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적은 규모라도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또 이익이 감소한 해가 있을 경우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도 중요합니다. 적자는 발생하지 않았는데 계속 매출과 이익이 줄고 있다면 아무리 방어주라도 투자할 가치가 없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에 강한지를 확인하려면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치는 경우를 가정해 시가총액 대비 현금자산 비중도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총 이상의 현금을 쌓아둔 기업도 있지만 한국 증시에서는 그것이 낮은 성장성 또는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경영진을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여기에 배당 등 주주환원도 평균 이상이면 금상첨화입니다. 방어주는 버티면서 증시가 호전되길 기다리는 대피처로서의 활용가치가 큰데, 투자자가 버티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배당입니다. 주주환원과 관련해선 지난해와 올해 밸류업 공시를 했는지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위의 다섯 가지 기준이 기업의 체력을 점검하는 항목이었다면, 주가가 실적에 비해 충분히 저렴한지 여부도 따져봐야 합니다. 철벽수비수들의 주가 하락 방어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에 비례해 상승 탄력도 낮습니다. 그럼에도 주가 상승 기회를 엿보려면 싸게 매수해야 합니다.
이 모든 기준을 충족시킬 종목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중 여러 기준에 해당하는 종목이라면 후보가 꽤 있습니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통신사업자로 실적 대부분을 국내에서 올려 지난 6년간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며 배당도 증액 중입니다. 누구보다 안정적인 철벽수비수라고 할 수 있는 종목입니다.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경우 배당 등 주주환원이 실망스럽다는 불만을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기준을 만족시킬 만한 종목입니다. 동국제약도 비슷합니다. 일반 의약품과 전문 의약품을 함께 공급하는 제약회사로 지난 10년간 매출 감소 없이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이익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교육업체들도 학생 수 감소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고민일 뿐 관세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수액 제조업체 그중에서도 수출을 거의 하지 않는 대한약품 역시 관심사는 관세가 아니라 환자 수입니다. 이익과 배당은 증가하고 있고 현금은 충분하며 소비를 줄여도 병원엔 가야 합니다.
한미 양국의 경제와 통상 수장이 함께 참석하는 '2+2' 협상을 앞둔 24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사진=뉴시스)
내수주 투자 ETF도 있네
개별종목 선택 고민할 필요 없이 상장지수펀드(ETF)로도 나와 있습니다. RISE 내수주플러스 ETF는 이름처럼 국내 매출 비중이 큰 기업들만 모아놓은 ETF입니다. 구성 종목들을 보면 편입 비중 1위가 KT&G입니다. 일부 수출도 하지만 담배와 인삼 모두 내수 비중이 훨씬 큽니다. 2위와 3위 종목 KT와 SK텔레콤 또한 국내에서 매출이 발생합니다.
이 ETF에 편입된 다른 종목들도 대부분 내수 중심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 강한 특징을 드러냅니다. 지난 1년간 성과를 비교해 보면, 코스피가 5.77% 하락하는 동안 RISE 내수주플러스는 3.94% 상승했습니다. 상대 성과로는 9% 넘게 차이난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RISE 내수주플러스엔 금융주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방어주로 인정받는 은행, 보험주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유의할 점은 거래량입니다. 일일 거래량이 1만주 미만인 날이 많아 원하는 가격에 매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 3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5000주 미만일 경우 상장폐지 기준에 들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 방어주 또는 내수주는 요즘 같은 시기에 확실히 강점이 있지만, 장기 성과에선 시장 평균을 밑돌 가능성이 큽니다. RISE 내수주플러스 ETF 또한 2019년 6월 상장 당시부터 누적된 성과는 코스피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 대피소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