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뛰자 수입물가 '들썩'…깊어진 '내수침체' 늪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널뛰는 환율…수입물가 상승 자극
"국내 요인으로 원화 가치 떨어지면 수입품 가격 더 올라"

입력 : 2025-04-29 오후 4:19:5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향후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흐름에 머물고 있지만,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 속에 원화 가치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전체 물가 오름세가 당초 전망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출고가 인상으로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는 등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커진 상태입니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 문을 닫는다면 내수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강달러'인지, 국내 요인으로 인한 '원화 약세'인지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가운데, 강달러로 인한 환율 상승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뒤따릅니다.
 
'환율 상승→수입 단가' 반영…가공식품 가격 '껑충'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지난 2월(2.0%)과 유사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1.6%로 낮아진 뒤 12월까지 1%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1월 2.2%로 올라선 뒤 2% 안팎에 머물고 있습니다. 3개월 연속 2%대 흐름이지만, 아직까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입니다.
 
문제는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서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곧바로 수입 단가에 반영됩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밀, 옥수수, 커피 원두 등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수입됩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달러 가격의 제품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들여올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전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실제 트럼프발 관세 정책으로 환율 불안이 커지면서 올해 들어 환율 상승세는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올해 1월 원·달러 환율은 전년 동월 대비 10.0%(월평균) 올랐고, 2월과 3월에도 각각 8.5%, 9.5%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달러당 1334.82원이었던 환율은 10월 1361.00원, 11월 1393.38원으로 상승한 뒤 불법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12월 1434.42원까지 올랐습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환율 상승세 영향으로 올해 초 가공식품 업체 등을 중심으로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가공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하면서 2023년 12월(4.2%)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가공식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 역시 0.3포인트로, 전월보다 0.1%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품목별로 봐도 커피는 1년 전보다 8.3% 상승하며 2023년 12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빵(6.3%)도 2023년 8월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원화 약세가 강달러보다 물가 상승 압박 커"
 
다만 강달러 현상에 따른 환율 상승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변동과 달리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즉 국내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를 경우 강달러 현상으로 환율이 오르는 것보다 수입품 가격이 더 오른다는 분석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최근의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강달러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1년 누적으로 수입품 가격은 0.25%포인트 증가한 반면, 국내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1년 누적으로 수입품 가격이 0.6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KDI는 달러화 강세로 발생하는 환율 상승과 대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강달러 요인으로 인한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촉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입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축소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게 KDI의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KDI는 최근 고환율은 향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지 않는다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인 2%를 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1분기 대비 최대 0.24%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즉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KDI의 판단입니다.
 
김준형 KDI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수입품이 달러로 결제가 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원화 가격이 즉각 올라가지만, 가격은 조정되기 때문에 원화 기준 가격은 (시간이 흐른 뒤) 내려올 수밖에 없다"면서 "반면 국내 요인으로 인한 환율 변동은 교역국의 통화 대비 원화 가치를 전반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수입품 가격에 광범위하게 파급돼 시간이 흐를수록 환율 상승의 영향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가공식품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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