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별별 ETF’ 이런 것도 있었어?

운용사 경쟁, 상품 다양화로…타타·비만·설비투자 등 각양각색
인기 좇느라 ‘뒷북’ 출시…테슬라에 커버드콜을 ‘왜’

입력 : 2025-04-3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에 보지 못했던 특색있는 종목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상품 틈에 섞여 주목받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중엔 활용할 만한 특징을 지닌 ETF도 있지만, 반대로 운용사들의 무리한 밀어내기 경쟁에 나온 위험천만한 종목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용사 경쟁 심화로 틈새 ETF 증가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초단기(3개월이하)국채 ETF가 상장했습니다. 이로써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는 ETF 종목 수는 총 973개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코스피 상장기업 수를 넘어선 기록이기도 합니다. 올해에만 48개 종목이 신규 상장하는 등 ETF의 시장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종목 수도 머지않아 1000개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ETF 시장이 계속 팽창하고 있는 것은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 즉 ETF 운용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 큽니다. 이들은 점유율 수성과 공략을 위해 보수율을 공격적으로 인하하는 한편 투자자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주목받는 테마나 트렌드에 부합하는 종목을 줄줄이 출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올해 상장한 ETF 중에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로봇 관련 투자 ETF가 많은 것도 시장에서의 인기와 관련이 깊습니다. 
 
또한 기존의 상품들이 놓친 틈새를 공략하는 신상품도 많아졌습니다. 이날 상장한 TIGER 미국초단기(3개월이하)국채 ETF 역시 기존의 미국채 투자 ETF가 장기물 위주라는 점에 착안해 나온 상품으로 보입니다. 기존 미국 단기채 ETF들은 회사채 위주였습니다. 미국채 단기물의 금리가 장기물보다 높았던 시기에 이런 ETF가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투자 선택지의 다양성에선 환영할 일입니다.
 
국내에서 연예인 다이어트 효과로 유명해진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지난해 10월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으나, 국내 증시에 상장된 비만치료제 ETF들의 주가는 그 시기를 정점으로 하락했다. (사진=뉴시스)
 
한국엔 삼성그룹, 인도엔 타타그룹 ETF
 
이 외에도 투자자들 다수가 모르는 특색있는 ETF들이 많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가 인도 투자 ETF입니다. 신흥국 대표주자 중국이 투자자들 눈밖에 난 사이 미국이 고공행진하며 서학개미의 사랑을 독차지했는데 올해는 미국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이 선택한 대체지가 인도입니다. 인도 경제는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며 중국이 헤맨 지난 3년 사이에도 주가 고점을 높였습니다. 
 
국내 증시에도 인도 투자 ETF가 증가했는데요. 기존의 ETF들은 대부분 인도 대표종목으로 구성된 니프티50(NIFTY50)지수를 추종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좀 더 세분화된 종목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ACE 인도시장대표BIG5그룹액티브는 한국에 비유하면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아무래도 신흥국 경제는 그룹에 속한 대기업들이 성장을 이끄는 성향이 강한데요. 이에 착안해 타타, 릴라이언스, 바자지 등 대표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주식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KODEX 인도타타그룹 ETF는 아예 타타그룹 기업에만 투자합니다. 인도 최대 IT서비스기업 타타컨설턴트서비스, 타타자동차 등이 고루 편입돼 있으며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원화자산 비중도 35%나 됩니다.
 
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귀금속, 광물 가격에 연동하는 ETF도 관심을 받습니다. 국내엔 금, 은 외에 구리, 심지어 팔라듐 선물가격을 기초로 한 ETF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RISE 팔라듐선물(H)가 이미 2019년에 이미 상장했다는 사실입니다. 팔라듐은 IT기기에 재료로 많이 쓰이는데 2019년 당시엔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촉매로 주목받으며 급등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급 이슈가 생겨 폭등했고, 이듬해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뛰었습니다. 20222년부터는 꼬였던 공급 문제가 풀리면서 시세도 하락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RISE 팔라듐선물인버스(H)가 올랐습니다. 상승과 하락 어느 쪽이든 투자할 수 있게 만든 운용사 덕분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공급한 여파로 2021년부터 원달러환율이 뛰어오르자 환율이 주된 관심사가 됐습니다. 달러선물 ETF와 환율 변동에 노출된 언헤지 ETF들이 주목받았고, 미국채가격을 추종하는 다양한 ETF가 우후죽순 상장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운용사는 환율을 단순히 반영하는 것을 넘어 이중으로 활용한 ETF를 만들었습니다. 치솟은 미국채금리가 언젠가는 다시 내려올 거라는 믿음에 근거한 상품이 미국채 ETF였다면, 여기에 엔화 가치 동반 상승 가능성까지 함께 내다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채 ETF로 몰렸고,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를 본딴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H) ETF를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이 인기를 얻자 신한운용이 숟가락을 얹었습니다. 같은 투자구조를 미국 주식에 결합시킨 SOL 미국S&P500엔화노출(H)을 만든 겁니다. 그러자 KB운용도 한발 늦은 올해 1월 RISE 미국S&P500엔화노출(합성 H) ETF를 상장시켰습니다. 
 
설비투자 기업만 추린 ETF도
 
성장하는 제조기업의 준비 단계가 설비투자라는 사실에 주목한 ETF도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이 만든 iSelect CAPEX 설비투자지수를 추종하는 HANARO CAPEX설비투자iSelect ETF입니다. 사업보고서에서 ‘설비투자’를 키워드로 필터링한 후 설비투자 노출도, 기초체력 등을 점검해 걸러낸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꾸립니다. 편입종목을 보면 LS일렉트릭, 두산에너빌리티, LS, 두산밥캣, 효성중공업 등 설비투자에 민감한 중공업, 기계업종이 대거 포진돼 있습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아예 전력설비투자로 투자대상을 좁힌 HANARO 전력설비투자 ETF도 출시했습니다. 구성은 비슷한데 LS일렉트릭(26.00%), HD현대일렉트릭(15.24%), LS(13.81%) 등 상위 비중이 크다는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 RISE 글로벌비만산업TOP2+,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는 모두 비만치료제로 유명한 ‘위고비’를 만드는 노보노디스크, ‘마운자로’의 일라이릴리 두 제약사에 큰 비중으로 투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두 종목을 합산한 비중은 각각 50%, 67%, 48%로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3종의 비만 ETF 모두 유행의 끝을 잡고 나오는 바람에 성과도 좋지 않고 거래도 시들한 상황입니다. 
 
‘부자’라는 이름부터 눈에 띄는 WON 미국빌리어네어 ETF 또한 억만장자의 기업에 투자한다지만 주가를 보면 투자자도 억만장자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편 미국 성장주의 대명사 격인 테슬라, 엔비디아, 팔란티어 등을 커버드콜 전략으로 투자하는 ETF도 상장돼 거래 중입니다. 다만 커버드콜 ETF가 콜옵션을 매도해 적은 추가 이익을 쌓아가는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큰 주식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기에 영합한 신상품 러시 속에서 피해야 할 ETF도 있는 것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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