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 충격에…2분기 성장도 '빨간불'

관세 조치 영향 2~3개월 후 반영…성장 경로 '불투명'
내수 부진·수출 둔화에 연간 성장률 하향도 '불가피'

입력 : 2025-04-30 오후 4:43:5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2분기 성장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건설·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 부진이 여전한 데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면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역시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0.8%)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미국발 관세정책 영향으로 2분기 성장 경로가 밝지 않다는 시각입니다. 내수와 수출 엔진이 꺼져가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역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0%대 성장 경고음도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투자 뒷걸음질에1분기 '역성장' 쇼크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2%로 집계됐습니다. 역성장을 일정 부분 예상했음에도 시장의 예상을 한참 밑돌아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도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2분기(-0.2%) 역성장 이후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불과 세 분기 만에 다시 후퇴한 것입니다. 
 
우리 경제 분기 성장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 1.3% '깜짝 성장'한 이후 곧바로 2분기 -0.2%까지 추락했고 3분기와 4분기 모두 0.1%에 그치면서 사실상 1년 동안 성장을 멈췄습니다. 통계 작성 이래 첫 1년 연속 0.1% 이하 '제로 성장' 기록을 남기면서 경제 전반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짙어졌습니다. 
 
1분기 성장률이 뒷걸음질한 배경에는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의 영향이 컸습니다. 민간소비가 오락문화·의료 등 서비스 소비 부진으로 직전 분기보다 0.1% 감소했고 정부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줄어 0.1% 뒷걸음쳤습니다. 특히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가장 크게 끌어내렸는데,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나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위주로 2.1% 축소됐습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 결과를 봐도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진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지난 3월 소비와 투자는 전월보다 0.3%, 0.9% 각각 줄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전 산업생산은 전월에 견줘 0.9% 증가하며 두 달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지만,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증가 덕에 반도체 생산이 깜짝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관세 영향 본격화…2분기 0.8% 전망치 하회 가능성 ↑ 
 
문제는 2분기 이후입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 영향은 아직 통계 지표에 본격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2분기 이후 본격 반영되면 향후 수출은 물론, 투자·소비 전반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2분기 이후 성장 경로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입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관세가 실제 부과된 철강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생산·수출 물량에 아직 큰 변화는 없었다"며 "다만 경제심리 위축이 소비·투자에 간접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관세 효과는 보통 2~3개월 뒤에 반영된다"며 "관세 여파가 본격 반영되면 수출은 물론, 투자 흐름이 큰 폭으로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행도 향후 경제 성장을 발목 잡는 요인으로 미 관세 영향을 꼽으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0.8%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지난 24일 기자설명회에서 "관세 영향이 우려된다"며 "2분기 전망치 0.8%를 제시했는데, 거기엔 좀 못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분기 전망치는 1분기를 많이 낮추면서 기술적으로 올라간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내수와 수출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은은 현재 올해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는데, 시장에서는 1%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월 2.0%에서 이달 1.0%로 내렸으며, JP모건(0.5%)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이미 0%대 성장을 전망했습니다.
 
우 교수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새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하강 추세를 막을 수도 있지만, 현재 정부 방식대로라면 1%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3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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