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독3사’ 폭풍할인에 소비자 웃고 주주는 울고

제네시스 G80보다 싼 벤츠·BMW·아우디…소비위축에 할인경쟁 불 붙어
관세 영향 가이던스 제시 못해…그래도 벤츠는 비중확대

입력 : 2025-05-02 오전 9:32:46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내 소비자들에게 ‘독3사’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가 공격적 할인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일부 인기 차종은 20%가 훌쩍 넘는 할인율을 적용해 국산 경쟁 차종보다 저렴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차량 구입을 계획하고 있던 대기자들은 모처럼의 기회를 맞아 더 좋고 더 나은 차량을 저울질하느라 바쁜데 해당 완성차업체 주식을 보유한 서학개미들은 울상입니다. 
 
아우디 A6가 그랜저 값
 
벤츠,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급 자동차를 판매하는 독3사가 공격적 할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비인기 차종 일부의 할인율을 대폭 올려 고객을 끌어들이는 미끼 마케팅이 아니라, 벤츠 E200 아방가르드, BMW 520i, 아우디 A6 45 TFSI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주력 차종을 앞세운 공격적 행보입니다. 
 
수입차 대리점들이 10~20%대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닙니다. 다만 판매가격을 할인할 때는 연식이 바뀌는 연말이나 반기 실적을 집계하는 반기말, 또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해 기존 모델 재고를 처리해야 하는 시기 등 확실한 이유가 있을 때 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번 할인 프로모션은 올해 들어 잠시 주춤했다가 2월부터 재개됐고, 2월보다 3월, 3월보다 4월의 할인율이 더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현재 아우디 일부 매장에서는 20%가 넘는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해당 업체의 할부 캐피탈을 이용해야 할인 조건이 더 좋지만, 현금일시불 구매도 할인율이 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치열한 할인 전쟁이 벌어진 것은 독3사 중 판매량이 크게 하락한 아우디가 던진 돌 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독3사’에서 아우디를 빼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세에 몰리자 지난 연말부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지 않던 벤츠와 BMW도 결국 할인폭을 키워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아우디 일부 매장에선 앞서 언급한 차종 중 엔트리급 모델을 5000만원대 초중반까지 가격을 내려 판매 중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역시 6000만원대 초반부터 가격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이는 국산 프리미엄 차량의 대명사인 현대 제네시스 G80보다 낮은 것은 물론 그랜저도 위협할 가격입니다. 현대차로서는 더 비싼 판매가격이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킬리안 텔렌 메세데스-벤츠 코리아 제품,마케팅 및 디지털 비니스 총괄부사장이 지난달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서울모빌리티쇼에서 벤츠 AMG 라인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독일차도 25% 관세 충격…실적 하락 예고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호재는 싼 주가’라는 격언은 여기에도 통용됩니다. 소비자들 특히 차량 구매 대기자에겐 폭풍할인이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에 웃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독3사 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입니다. 넓게 보면 현대차, 기아 주주들도 포함됩니다. 
 
차량이 정상적으로 판매되는 상황에서는 굳이 할인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판매가를 내리는 것은 안 팔리기 때문입니다.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 역시 우리만의 고민거리가 아닙니다. 독3사도 똑같이 25% 관세율을 얻어맞았습니다. 독3사에게도 미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입니다. 관세 때문에 미국 판매가 감소하면 다른 나라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 각종 마케팅 수단이 따라붙게 됩니다. 결국 독3사나 국내 완성차 업체들 모두 매출 감소 우려와 판관비 증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럴 만한 것이 관세를 쥐락펴락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오죽하면 메르세데스-벤츠도 30일(현지시간) “관세 정책, 완화 조치, 그로 인한 잠재적인 직간접적 영향, 특히 고객 행동과 수요에 대한 현재의 변동성이 너무 커서 남은 기간 동안의 비즈니스 발전을 안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실적 가이던스를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분기에 7.4% 감소한 332억유로의 매출액과, 전년 동기 30억유로에서 급감한 17억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장의 예측치(매출 351억유로, 순이익 20억유로)를 하회한 성적입니다. 현재 시행 중인 관세율이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상당한 영향이 있을 전망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1분기 실적이 안정돼 있다는 것입니다. 
 
BMW는 아직 실적 발표 전인데요. 지난달 최고경영자(CEO)의 입에서 “올해 약 10억유로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올해 실적 목표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데 실제로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벤츠 주식, 지금 사도 8% 배당 
 
독3사는 미국 외에도 중국 판매량이 상당해 중국 의존도도 높습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도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자국 전기차로 돌아선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또 중국 완성차업체들도 할인 경쟁 중이라는 전언입니다.
 
이런 우울한 전망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습니다. 독일 증시에 상장된 메르세데스벤츠(종목기호 MBG)의 주가 흐름은 현대차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그다지 좋지 못한 흐름을 이어가다 올해 3월 하순부터 급락하는 모양이 현대차를 쏙 빼닮았습니다. BMW(BMW)의 흐름도 흡사합니다. 아우디의 경우 폭스바겐그룹 아래 있어 폭스바겐(VOW)으로 대신 비교해야 할 텐데, 주가 흐름은 비슷하지만 두 종목보다 더 약해 보인다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1456억유로 매출에 125억유로의 영업이익과 102억유로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시가총액이 515억유로이므로 주가수익비율(PER)이 5배 수준에 불과합니다. 올해 실적이 반토막이 돼도 10배란 뜻입니다. 
 
지난 결산에 따라 1주당 4.30유로를 배당하는데 현재 주가는 54달러 미만입니다. 현재가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이 8%에 육박하는데요. 5월9일이 배당기준일이고 5월8일에 배당락이 이뤄지니까 아직은 이 배당을 받을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업황과 실적 전망은 우울하지만 주가는 비싸지 않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경기 순환적, 구조적, 관세 역풍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우수한 구조적 마진, 현금 포지션의 강점, 절제된 투자 접근 방식, 주주이익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또 25%의 관세 영향에 배당금이 하락할 수 있지만 6% 수익률을 낼 것이며, 잠재적인 악조건에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재정 건전성이 여전히 견고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목표가는 기존 72.0유로에서 64유로로 내리고 비중확대 의견은 유지했습니다. 다만 BMW에 대해선 비중축소 의견을 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창경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