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채권 투자 2년차인 A씨. 이사할 아파트를 매입 계약해 등기를 앞둔 그의 눈에 취득세와 함께 내야 하는 비용인 국민주택채권이 들어왔습니다. 예전엔 채권을 즉시 할인 매도해 그 차액을 세금처럼 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채권에 투자한 뒤로 할인율과 이자를 대하는 시각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주택채권을 즉시 할인해서 매도하는 게 나을지, 만기까지 보유하는 편이 좋을지 따져볼 계획입니다.
10억 집 사면 채권 3100만원 사야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단지 아파트들의 입주가 이어지면서 인터넷에 A씨처럼 국민주택채권에 관해 묻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거엔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많았는데, 요즘엔 만기까지 보유하는 방법이나 즉시 할인 매도와 비교해 무엇이 유리한지를 따지는 질문이 많습니다.
(표=뉴스토마토)
국민주택채권(1종)은 주택을 구입, 소유권을 이전등기할 때 매입해야 하는 준조세입니다. 주택 가격과 소재지에 따라 매입 금액 비율이 정해져 있는데, 매매금(시가표준액) 6억원 이상인 주택은 서울과 광역시의 경우 3.1%, 나머지 기타 지역은 2.6%어치 채권을 매입해야 합니다. 분양받은 아파트의 경우엔 분양가에 확장비를 포함한 금액이 시가표준액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10억원을 주고 집을 사는 경우라면 국민주택채권을 3100만원어치 매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취득세에 버금가는 돈을 추가로 내는 것은 큰 부담이므로 채권을 매입하기보다, 매입 즉시 할인 매도해 매입가와 매도가의 차액, 즉 할인액만 납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동차를 살 때 필수로 매입하는 지역개발채권을 즉시 할인 매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국민주택채권을 즉시 매도하는 경우 일정 할인율이 적용되며, 그에 맞춰 할인액을 납부하게 됩니다. 할인율은 매일 변하는데 주택도시기금이나 국민주택채권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7.9% 손해 보느니 5년 버텨 회수
A씨의 눈에는 채권 할인율이 채권 수익률처럼 보였습니다. 그럴 만한 것이, 국민주택채권을 매도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해 채권 원금을 상환받으면 할인해 내는 금액만큼 차익을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국민주택채권도 여느 채권과 마찬가지로 소정의 이자도 발생합니다.
채권을 즉시 할인 매도하는 것과 보유할 경우의 손익을 비교하려면 정확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주택을 계약할 땐 법무사에게 부동산 소유권 등기 대행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금액과 할인율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 홈페이지에 고지된 2일 현재 국민주택채권 할인율은 7.9296%입니다.
집을 살 때 매입해야 하는 채권은 주택 등기 신고일이 언제든 그달의 마지막 날에 발행되는 채권을 매입하게 됩니다. 채권명에도 그 날짜가 박힙니다. ‘국민주택1종채권25-05’의 경우 2일 현재 할인 매도하는 경우 채권 매도단가는 9228원, 수익률은 2.592%, 할인율은 7.9296%로 고시돼 있습니다. 액면가 1만원당 채권을 9228원에 팔아 772원씩 손해(할인 납부액)를 보는 겁니다.
만약 국민주택1종채권25-05를 3000만원어치 매입하는 경우라면 할인 매도한 차액 231만6000원을 내고 국민주택채권 매입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여기에 은행 몫의 수수료가 붙습니다. 채권이라서 선급이자도 발생하지만 또 소득세, 주민세도 공제됩니다. 선급이자보다 수수료가 더 많기 때문에 실제로는 채권 할인액보다 더 내야 합니다. 2일 기준으로 3000만원어치 채권을 즉시 할인 매도한다면 개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총 237만8880원입니다. 이것이 채권 원금 3000만원의 7.9296%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 채권을 즉시 매도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237만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국민주택1종채권의 만기가 5년이란 점입니다. 3000만원을 5년간 투자해야 237만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이는 3000만원을 연복리 1.8%로 5년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세후 이자와 같습니다.
연복리 1.8%의 채권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주택채권에도 고유의 채권이자가 발생합니다. 현재 국민주택채권의 발행금리는 연 1.00%입니다. 지난 3월 말까지는 연 1.30%를 적용했는데 4월1일부터 1.00%로 인하 조정됐습니다. 이를 적용할 경우 국민주택채권 3000만원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153만원, 세후 약 129만원입니다. 채권을 할인 매도하지 않아 아낀 금액과 더하면 약 366만원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5년 국채보다 낫다
현재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4% 수준이므로 이에 비하면 괜찮은 수익입니다. 물론 개인투자자 전용으로 발행되는 5년 만기 국채와 비교할 경우엔 이자가 적은데요. 국민주택채권은 이자를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나갈 돈을 줄이는 개념이라 이자에서 발생하는 세금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즉 절세에 유리합니다.
다만 주택 구입으로도 충분히 벅차 은행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 구입도 대출을 받는데 국민주택채권까지 매입하기 위해 대출을 더 받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채권에 투자할 여유자금이 있는 경우 또는 이미 채권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경우에 고민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국민주택채권 즉시 할인 매도는 인터넷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지만 채권을 보유하겠다면 직접 은행 지점에 방문해서 신청해야 합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iM뱅크 등 7개 은행에서 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 방문할 때는 신분증과 채권을 입고할 증권 계좌번호가 필요합니다.
한편, 주택 구입 후 2년을 보유해 1가구1주택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는 것이 아니라 2년 안에 매도할 계획이 있다면 즉시 할인 매도하는 편이 낫습니다. 국민주택채권을 할인 매도할 때 지출한 금액을 나중에 양도소득세 산출 시 필요 경비 공제 항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B국민은행 KB부동산의 4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3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주택 등기 시 매입해야 하는 국민주택채권 매입 부담도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