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의 출마를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윤핵관'(윤석열씨 핵심 관계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한덕수 대망론 배후설'이 구체화된 셈입니다. 다만, 정 실장은 "가짜뉴스"라며 의혹을 부인했고 이 의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9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비서실장,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용산·국힘 지도부' 커넥션…김문수·홍준표도 '가세'
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정 실장을 비롯한 용핵관들과 이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들이 한 후보의 출마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윤석열씨와 가까운 핵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정 실장이 한덕수 카드를 (윤씨에게) 올렸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당내에서도 확인됩니다. 국민의힘 최다선 조경태 의원은 통화에서 "한덕수 카드를 적극적으로 민 게 박덕흠 의원"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지난 4월 당 중진회의가 있었는데 당시 박 의원이 한덕수를 밀어야 한다고 얘기했다"면서 "박 의원은 정 실장과 사돈 사이로, 정 실장이 (한덕수 카드를) 밀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박 의원과 정 실장은 지난 2020년 6월 사돈을 맺었습니다. 정치인 간 사돈 관계는 흔한 일이 아닌데요. 정 실장의 장녀와 박덕흠 의원의 장남은 코로나19 시절인 2020년 서울 광진구에서 가족과 친인척만 참석한 채 조용히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박덕흠 의원과 정 실장이 사돈 사이인 만큼 정 실장의 의중이 박 의원을 통해 당내로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 사이 당 내부에선 '윤핵관'들이 움직였습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윤핵관 핵심인) 이철규 의원과 윤씨의 술친구인 박성민 의원이 (한덕수 카드를) 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 경선에서 떨어진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용산과 당 지도부가 합작해 느닷없이 한덕수를 띄우며 탄핵 대선을 윤석열 재신임 투표로 몰고 가려고 했을 때 나는 설마 대선 패배가 불 보듯 뻔한 그런 짓을 자행하겠냐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 후보도 지난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누군가 기획해서 한 후보를 출마시켰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저는 그렇게 본다"고 답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 야외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권 노린 '합작품'…한동훈 '방탄용'
당 안팎의 증언을 종합하면 '한덕수 카드'는 윤심을 등에 업은 용핵관과 윤핵관의 합작품인 셈인데요. 시나리오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입니다.
이른바 '한덕수 대안론'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한 전 대표를 막기 위한 '카드'라는 주장이 취재 과정에서 증언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한 전 대표가 경선 최종 2인에 선발될 경우를 대비해 한덕수 대안론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한 후보(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윤석열 탄핵 직후부터 4월 한 달간 대선 출마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최종 경선에 한 전 대표가 포함되자 출마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4월 29일 한동훈 결선 진출→5월 1일 공직 사퇴→5월 2일 공식 출마 선언' 등의 타임테이블이 형성된 배경입니다.
용핵관과 윤핵관이 '한덕수 카드'를 꺼내든 건 대선의 승리보다는 대선 이후 당권을 잡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인 국민의힘은 대선 이후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를 선출해야 하는데요. 당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쥐게 됩니다. 이에 친윤(친윤석열)계가 당권 장악을 위해 '한동훈 저지·한덕수 지지'로 나섰다는 겁니다.
그간 정치권 안팎에선 지난해 말부터 한덕수 카드가 준비됐다는 소문도 파다했습니다. 특히 윤씨에 대한 탄핵을 전후로 윤씨와 한 후보가 회동했으며, 윤씨가 한 후보에게 "친윤계가 도와줄 것"이라며 출마를 독려했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당내 의원 다수는 "해당 의혹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홍 전 시장이 말한 배후설이 근거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정 실장은 이 같은 의혹의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하는 <뉴스토마토>에 "가짜뉴스"라고 답했습니다. 이 의원도 보도 이후 "경선 과정에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고 중립을 지켰다"며 "내가 주도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쟁이의 말"이라고 전했습니다. 박덕흠 의원실 측 관계자도 "정 실장과 사돈 관계는 맞지만, 조 의원의 일방적 주장일 뿐 사실이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박성민 의원 측 관계자도 "김 전 최고위원의 말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라며 "전혀 연락한 사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 후보는 지난 6일 관훈토론회 당시 '대선 출마 과정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등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과도 상의했냐'는 질문에 "욕심 없이 3년만 하겠다고 의지 가진 사람 나서야 할 때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명확한 답을 피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