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훈 산업1부장] 전에 다녔던 신문사를 포함해 기자로 산 20년 안 되는 세월 동안, 총 4번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송사에 휘둘린 일이 자랑은 아니지만, 소송을 건 당사자들은 모두 국회의원부터 고위공무원, 비리사학의 총장 같은 권력자였다. 물론 잃을 게 별로 없는 장삼이사들은 소송할 엄두조차 못 내는 탓에 소송은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이 벌이는 일이다. 강자를 조지는 기사만 써오지 탓에 송사가 많은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센 자들이 원고였다는 사실은 나를 안도하게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대부분 힘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다. 9일 서울중앙지법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적은 3승1패. 유일한 패소 사례는 기자 초년병 시절, 취재 토스를 받은 선배가 고맙다며 바이라인에 이름을 같이 올린 기사로 인한 것이었다.(바이라인은 됐고 술이나 한잔 살 것이지) 패소 원인은 취재 당사자의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확정된 보상액은 250만원. 하지만 대법원의 위법성 조각 판례(언론보도의 공익성에 따라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으로 쓴 기사가 아니면 설령 오보라 하더라도 위법성이 없다) 때문에 명예훼손 소송에서 언론사가 패소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감안하면, 뼈아픈 결과였다.(가장 하기 싫은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권력자들이 이길 가능성도 많지 않은 명예훼손 소송을 걸고 보는 데에는 일정 부분 ‘사적 복수심’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소송을 당하면 회사에서 계약한 로펌 변호사가 민사소송에 대응에 나서는데, 변론 준비를 위해선 사안을 가장 많이 아는 기자가 일일이 거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여기에 형사고소라도 같이 거는 경우에는, 경찰서나 검찰청에 불려 가서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수모 아닌 수모도 감수해야 한다. 대개 무혐의 처분이 이뤄지지만, 피고소인 조사를 받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선진국에는 없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형사처벌 조항을 이제 우리도 폐지할 때가 됐다. 내가 겪은 송사를 봐도 알 수 있듯 이 법의 혜택을 보는 것은 힘과 돈이 있는 자들이다.
앞으로 3번에 걸쳐 송사의 추억을 웃프게 써볼 작정이다. 다음 회는 한국언론 사상 최초로 현직 국회의장으로부터 소송당한 사연이다.(To be continued…)
오승훈 산업1부장 grantorin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