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올해는 'AI 에이전트(AI agent)' 혹은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들 한다.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둘의 개념엔 차이가 있다. AI 에이전트가 특정 작업의 수행을 목표로 만들어진 AI라면, 에이전틱 AI의 경우 능동성이 핵심이다. 사용자를 대신해서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에이전틱 AI의 특징이다.
에이전틱 AI의 현재는 5월20일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2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직접 가서 봤다면 참 좋았겠지만, AI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빅테크 중 하나인 구글의 연례행사인 만큼 유튜브에서도 관련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유튜브도 구글 거다. 구글의 창으로 구글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보고 있는 셈이다.
각설하고, '구글 I/O 2025' 발표에서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자전거 수리를 하는 한 남자가 등장하는 영상이었다. 자전거 수리를 내가 직접 할 경우 예전 같으면 여러 단계를 나눠 밟아나가야 한다. 일단 종이로 된 설명서가 필요하고, 필요한 부품을 보기 좋게 순서대로 정돈해둬야 하며, 실제 조립 단계에선 어디에 어느 부품이 들어가야 하는지 눈으로 일일이 대조해가며 확인해야 한다. 설명서의 방대한 내용 중 현재 수리 단계가 어디쯤인지도 중간중간 체크하는 일도 필수다. 하지만 구글이 제시하는 미래에는 이 같은 랙(lag) 걸린 듯한 움직임에서 벗어나 모든 과정을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밟아나갈 수 있다.
이게 다 구글 AI 제미나이 덕분이다. 스마트폰에서 에이전트 모드를 활용하면 그야말로 대리인다운 면모를 발휘하며 AI가 작동한다.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방대한 설명서 중 해당 조립 내용을 알아서 찾아내고, 일의 진행 단계에 맞춰 스마트폰 화면 속 설명서의 스크롤을 자동으로 움직이며 다음 작업 수행까지 알아서 돕는 식이다. 사용자의 요청이 무엇인지 인지하기만 하면 그다음엔 '알아서' 일을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제미나이 라이브 카메라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부품이 뭔지 이미 알고 있는 에이전트 모드에서 제미나이 라이브 카메라로 수많은 부품들을 비추면 그 중 필요한 부품을 정확히 찾아 짚어낸다.
이처럼 구글의 에이전틱 AI는 인식, 추론, 행동, 학습의 4단계를 차례로 밟아가며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의 면모를 과시한다. 데이터를 수집한 후, 처리하고 이해하며, 이해한 것을 토대로 무슨 일을 할지 결정하고, 이 같은 경험들을 학습하기까지 한다. 물론 데모 영상이기에 더욱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는 듯 보이는 면도 있겠지만, 확실히 AI 기술의 수준이 이제는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스마트폰이 AI를 만나면서 비로소 이름에 걸맞는 스마트한 위용을 자랑할 수 있게 되어가는 듯한 느낌도 든다.
거의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시대다. 알아서 스스로를 운용하는 AI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일상에도 깊게 뿌리내리게 될 것이다. 주지할 만한 것은 이처럼 AI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일자리도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선 미국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MS와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의 이름이 즐비하다. 이들이 감원에 나서는 것은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 인력이 필요가 없어져서다. 차라리 그 돈을 일 잘하는 AI한테 투자하고 싶은 거다. 하물며 돈 못 버는 기업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AI 서비스의 수요가 차차 늘면서 가격이 낮아질 것이고, 사람을 고용하는 대신 이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게 쉬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에이전틱 AI와 함께 돈을 버는 게 구글이 그리는 미래라면, 에이전틱 AI에 적응해 나가면서도 이 에이전틱 AI와 경쟁해야 하는 게 우리의 미래가 되는 셈이다. 구글의 유튜브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종종 살피면서도 마음이 마냥 편하지 않은 이유다.
제미나이 "창의력과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보세요"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홈페이지 캡처)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