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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2일 17: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 값싸고 안정적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주류로 자리 잡으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도 대응에 나섰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 중심 전략에서 LFP 생산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여기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도 국내 기업들의 손에 의해 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시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FP, 기존 배터리보다 가격 30% 가까이 '저렴'
2일 업계에 따르면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NCM/NCA) 대비 가격이 20~30% 저렴하고, 열적 안정성이 높아 화재 위험도 적다. 주행거리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중저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는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내 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GM과의 합작공장(테네시주) 일부를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 기존 삼원계 배터리 중심에서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전략 변화다.
삼성SDI(006400) 역시 GM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 LFP 생산라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총 4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당초 고에너지 밀도 삼원계 배터리 생산이 주력이었지만, 시장 요구에 따라 LFP로 일부 설계를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공장은 2027년 완공 예정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각형 폼팩터와 자사 소재·극판 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밀도와 수명 특성을 높이는 등 차별화된 LFP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고객 요구에 맞춰 현지 공급 체계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SK온도 미국 조지아주에서 운영 중인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 중 일부를 ESS용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드와 함께 미국 켄터키와 테네시에 건설 중인 합작공장에 LFP 생산라인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LFP 넘어 LMR 개발도…‘판도변화’는 미지수
하지만 LFP가 국내 3사의 수익성을 견인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FP 시장에서 훨씬 앞서 있는 게 중국이기 때문이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들은 이미 LFP 배터리 분야에서 10년 넘는 노하우를 갖고 있고, 대규모 설비와 정부 보조금,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절대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기업들이 중국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의 기술은 이미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훨씬 앞서 있고, 가격 측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고 말했다.
투자업계 배터리 전문연구원 역시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술력은 차치하고, 가격 경쟁력에서는 애초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개발과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인건비, 전력비 등을 국가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 단가를 구성하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LFP 독주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 개발에도 착수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함께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LMR셀을 공동 개발 중이다.
포스코퓨처엠(003670) 역시 LMR 양극재 시험 생산에 성공하고, 양산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LMR 배터리는 코발트와 니켈 대신 원재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망간을 주원료로 해 원가를 낮춘 배터리다.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33% 높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을 단번에 뒤흔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전문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LMR은 특정 세그먼트(중간급 이상 전기차)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가격만 놓고 보면 여전히 LFP가 더 싸다”며 “결국 LMR도 LFP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며, 중국이 언제든 따라올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제한적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합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4.7%포인트 줄어든 18.4%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6.6%에서 37.9%로 상승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