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여울 교수가 ‘더 리버 위크 2025’에서 만성 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버'의 4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한 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버’가 국내 최초로 시행된 4상 임상시험에서 바이러스 억제율 100%를 기록하며, 제네릭 의약품의 신뢰성을 입증했습니다.
9일 대웅제약은 지난 5월 30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더 리버위크(The LIVER WEEK) 2025’에서 만성 B형간염 치료제 ‘베믈리버(성분명: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푸마르산염, TAF)’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바라크로스(성분명: 엔테카비르, ETV)를 복용 중이던 환자를 대상으로 TAF 기반 제네릭인 베믈리버로 교차 투여할 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진행됐습니다.
국내 첫 ‘ETV-TAF 교차’ 무작위배정 임상…결과는 ‘비열등’
현재 만성 B형간염의 1차 치료제로는 ETV와 TAF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TAF 계열 약물이 가장 늦게 상용화된 만큼, ETV에서 TAF로의 전환에 대한 임상적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대웅제약은 이러한 임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차 투여에 대한 4상 임상 연구를 추진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의 TAF·ETV 비교 무작위 배정 4상 임상시험으로, 환자를 두 군으로 나누어 한쪽은 기존의 바라크로스를, 다른 한쪽은 베믈리버로 전환해 48주 동안 경과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48주 후 베믈리버 투약군에서는 모든 환자의 혈액에서 B형간염 바이러스(HBV DNA)가 검출되지 않거나 29IU/mL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억제율은 100%로, 바라크로스 투약군의 99%와 대등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두 제제 모두에서 약물 내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일부에서 우려됐던 지질 수치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트롤(LDL), 총콜레스테롤(TC), 중성지방(TG) 등 주요 지질지표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베믈리버가 대사적 안정성 측면에서도 기존 약제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의료계 “오리지널 약 우세 시장서 의미 있는 도전”
이번 임상 결과 발표를 맡은 강여울 동아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베믈리버는 오리지널 약제가 지배하고 있는 B형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뛰어난 항바이러스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라며 “특히 ETV에서 TAF로의 전환에도 바이러스 억제가 유지돼, 실질적인 치료 옵션의 폭을 넓히는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임상시험 조정자였던 김윤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이번 연구는 ETV에서 TAF로의 전환에 대한 임상적 타당성을 확보한 최초의 국내 임상시험”이라며 “그 자체로도 제네릭 의약품 신뢰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B형간염은 한국인에게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으로, 장기 복용이 필요한 항바이러스제의 안전성과 비용 문제는 환자에게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오리지널 제제 대비 경제적인 가격으로 제공되는 제네릭 의약품이 안전성과 효능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이는 환자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제네릭 ‘신뢰성 확보’ 위한 제약사 행보
대웅제약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네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환자 중심의 의약품 개발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형철 대웅제약 ETC 마케팅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단순히 제네릭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을 넘어, 환자와 의료진이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임상 데이터를 제공한 데 의의가 있다”라며 “향후에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약품 개발과 치료 옵션 다양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대웅제약은 이번 베믈리버 임상을 시작으로, 다른 주요 질환 영역에서도 유사한 ‘유효성·안전성 검증형 제네릭’ 개발 전략을 확대할 예정이며, ‘K-제네릭’의 품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제네릭도 이제는 오리지널만큼 믿을 수 있어야
단순 복제에 머물렀던 기존 제네릭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오리지널 약과의 비교 임상을 통해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은 환자의 약물 선택권을 존중하고 치료 신뢰를 확보하는 길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의학적 효과와 경제성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약물 선택 기준이 요구되는 시대, ‘베믈리버’의 성공은 제네릭이 단순한 대체품이 아닌 검증된 치료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제약사들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복제약’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신뢰받는 약을 만들었는가로 평가받아야 할 때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