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이재명정부 검찰개혁의 신호탄이 올랐습니다. 검사징계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겁니다. 기존엔 검찰총장만이 갖고 있던 검사 징계권을 법무부 장관도 행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검사집단’의 힘 빼기가 시작되면서 검찰은 후속 개혁안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일단은 조용히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착잡한 심정인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법무부 장관도 검사 징계 가능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검사징계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이른바 3특검법도 의결됐습니다.
3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내란 특검)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채상병 특검) 등입니다.
검사징계법은 검사가 직무상 위반행위를 했을 경우 징계에 대해 필요한 사항을 담은 법입니다. 검사가 수사나 기소를 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권한을 행사하거나 직무를 유기할 경우 및 품위를 손상시켰을 때 적용됩니다.
일반 공무원은 국가 공무원법에 따라 징계를 받습니다. 하지만 검사는 따로 징계법을 둬 ‘검사만’ 적용되는 징계절차를 밟게 합니다. 검사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 수사와 기소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당장 국가공무원법과 비교해도 검사의 특권적 지위가 인정됩니다. 징계의 종류만 따져도 일반 공무원은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등 6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에겐 파면이 없습니다. 검찰청법 37조(신분보장)에 따르면,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않는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검사를 파면하려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사에 대한 징계권이 검찰총장에게 있다 보니 ‘제 식구 감싸기’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반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징계 수위가 낮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6월 4일 오전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사진=뉴시스)
변질된 검사 독립성
검사징계법은 1957년 만들어졌습니다. 검사만 따로 징계법을 둔 배경엔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말고 속칭 ‘거악 척결’을 위한 수사에 흔들림 없이 매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겁니다. 수사와 기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소신에 따른 수사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검사에겐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운 길을 내준 겁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검사징계법은 변질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를 검찰총장만 할 수 있게 되면서 ‘총장 중심’의 조직문화가 공고해진 겁니다.
게다가 검사가 잘못을 저질러도 검찰총장이 징계심의를 청구하지 않으면 처벌하거나 징계할 수 없습니다. 일반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검사징계법은 법무부 장관도 검사에 대한 징계를 심의 및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검사 징계가 결정되면 결재만 하는 수준이었는데, 앞으로는 직접 감찰을 지시해 비위가 드러날 경우 검사에 관한 징계를 청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일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을 통한 정치권의 자의적 검사 징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반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특권 집단화된 검찰조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5월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려와 자조 속 착잡함만
검찰은 우려와 자조가 뒤섞인 가운데 착잡함이 교차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수도권 검찰청 검사는 “다른 공무원과 형평성을 거론하면서 검사징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검사는 수사 자체가 정치권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 독립성이 요구되어야 한다”며 “검사 징계가 의도대로 잘 운영되면 자정작용은 기대할 수 있겠지만 정치권의 바람에 휘둘리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 사건을 수사할 때 외풍을 막아줄 바람막이가 사라질까 우려스럽다”면서도 “대다수 묵묵히 일하는 검사와 달리 그동안 일부 검사들의 정치검사화가 결국 이렇게까지 흘러오게 된 것 같아 착잡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