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타이어뱅크, 에어프레미아 인수…항공 진출보다 '편법 승계' 논란

자회사 AP홀딩스, 프레비아 지분 22.0% 인수 계약
부채비율 634%로 인수 자금 이자 비용만 130억원
타이어뱅크, AP홀딩스 '실탄' 역할 후 합병 등 전망

입력 : 2025-06-13 오후 5: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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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타이어뱅크 그룹이 만성 적자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며 항공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표면상 사업 다각화 전략이지만 실상은 김정규 회장의 세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AP홀딩스를 활용한 편법 승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타이어뱅크)
 
오너회사 AP홀딩스…타이어뱅크 자금으로 에어프레미아 확보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타이어뱅크의 자회사 AP홀딩스는 최근 JC에비에이션제1호 유한회사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지분 22.0% 전량을 인수하는 계약을 소노인터내셔널, JC파트너스와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약 1200억원으로, 오는 9월까지 잔금 납입을 완료해야 한다. 이번 거래로 AP홀딩스의 에어프레미아 지분율은 기존 46%에서 68%로 확대돼 최대주주로서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문제는 AP홀딩스의 자금 여력이다. 이 회사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의 세 딸 승연·성연·수연 씨가 각각 25%, 25%, 30%, 김 회장이 20%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일가 가족회사다. 하지만 자본금은 10억원에 불과하고 2023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매출 실적은 '0원' 수준이다. 뚜렷한 수익원이 없는 가운데 운영비와 금융비용이 누적되며 설립 이후 지속적인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1000억원대 인수자금 역시 타이어뱅크가 자금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타이어뱅크가 AP홀딩스에 대여금 또는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우회 지원하는 구조를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실제 타이어뱅크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단기 및 장기대여금 총액은 1994억원으로, 전년 대비 960억원 이상 급증했다. 이 중 상당액이 AP홀딩스 또는 그 계열사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23년에도 AP홀딩스는 JC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에어프레미아 지분 30.42%를 인수했으며, 당시 발행한 전환사채(CB) 810억원 가운데 533억원어치를 타이어뱅크가 인수해 자금을 댄 전례가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주회사가 아닌 개인회사인 AP홀딩스에 대여금이나 유상증자 방식으로 타이어뱅크 자금이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구조는 자산 이전을 통한 편법 승계의 전형적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은 오너 2세 회사손실은 타이어뱅크 몫
 
자본금 10억원대의 작은 회사가 수천억원 가치의 항공회사를 무리하게 인수하게 된 배경에는 타이어뱅크 오너일가가 마주한 승계 작업과 밀접하게 관련 있어 보인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타이어뱅크 매출은 5564억원으로 전년대비 14.9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721억원으로 같은 기간 65.82%나 급증했다. 현금및현금성자산 300억원과 부동산 등을 포함한 5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재무 여력을 갖춘 상태다.
 
반면 AP홀딩스는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대규모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2023년에는 사무실 운영을 위한 임차료 등 지출로 발생한 판관비 4400만원이 고스란히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또 이자비용 51억원을 포함해 순손실 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3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자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부채비율 역시 633.95%로 전년 대비 493.11%포인트 높아졌다.
 
결국 이번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리스크는 타이어뱅크가 부담하는 반면 수익 구조는 오너 2세들의 개인회사인 AP홀딩스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AP홀딩스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의 장부상 기업가치는 2023년 803억원에서 2024년 1528억원으로 90% 이상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가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닌 ‘세금 없는 경영 승계’로 이어지는 전략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P홀딩스가 일정 수준까지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타이어뱅크와 합병하거나 그룹의 중간지주로 전환할 경우 사실상 ‘헐값 승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규 회장이 보유한 타이어뱅크 지분 92.99%를 직접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막대한 증여세가 발생하지만 이 같은 가치 펌핑 후 합병으로 이뤄지는 방식은 세금 부담을 상당부분 회피할 수 있다.
 
앞서 타이어뱅크는 지난해 파멥신 인수를 통한 코스닥 우회상장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김정규 회장의 지배력 확대와 함께 승계 작업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번에는 상장사가 아닌 에어프레미아를 통해 유사한 승계 경로를 다시 설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금흐름을 가진 모회사 자산이 무실적 개인회사로 넘어가고 해당 회사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면 향후 합병을 통해 세금을 회피한 승계가 가능할 수 있다”며 “타이어뱅크의 지배구조 변화 흐름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타이어뱅크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타이어뱅크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는 충분한 자금 및 인수 여력을 갖고 있다"면서 "향후 AP홀딩스의 지주사 전환이나 에어프레미아의 상장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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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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