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중동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건설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뛰면서 원자잿값이 폭등할 수 있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주 텃밭인 중동지역에서 신규 발주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입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는 중동지역 정세를 예의주시하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충돌 여파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 가격은 한때 배럴당 77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는데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이란 원유 수출 중단이 현실화한다면 배럴당 100달러 이상까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원·달러 환율도 중동 분쟁 경계감이 지속되면서 1360원대 초반 선에서 보합권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가가 상승하면 시멘트, 아스팔트, 철강 등 주요 건설자재 생산 원가가 올라 공사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유의 가격이 전년 평균 수준보다 60% 상승했다고 가정할 때 건축은 1.5%, 토목은 3.0% 공사비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공사비 상승은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주택 구매 수요가 줄고 공급량도 축소돼 건설업계의 침체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운송과 물류 비용 증가로 이어져 현장 운영비 부담도 가중될 수 있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4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1.06포인트로, 2020년(100 기준) 대비 30% 이상 올랐습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의 한 정유시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동에서 확전 양상이 벌어져 정치적 불확실성이 주변국까지 확대될 경우 발주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 371억달러 가운데 중동 수주가 184억9000만 달러(49.8%)로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중동 수주액은 56억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44%가량 줄었습니다. 원유 수요 부진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한 주요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긴축 재정을 지속하면서 대형 건설 프로젝트들도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해외 수주 역시 우리나라가 중동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진행 중인 공사도 지연돼 공기에 영향을 미치는 등 수익성이 나빠질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가 높은 상황에서 원자재에 속하는 유가가 오르면 공사비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다만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낮고, 단기간에 끝날 수도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길어진다면 정부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관련된 대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