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검찰출신 '김앤장 봉욱'…검찰개혁부터 인사검증까지 '우려'

직전 '차명재산 의혹' 오광수 낙마…민정라인에 대통령 변호인단 포진

입력 : 2025-06-29 오후 5:57:37
[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김태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실 민정수석에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지낸 봉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발탁했습니다. 차명 재산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오광수 전 민정수석의 후임자로 또다시 검사 출신 인사를 기용한 겁니다. 이재명정부에서도 검찰 출신 인사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 검찰 개혁부터 인사 검증까지 수석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봉욱 신임 민정수석이 29일 대통령실 인선 발표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오광수 임명 때에도 '여 반발'…개혁에 소극적 태도 '우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봉욱 신임 민정수석은 겸손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검찰 내외부에 신망이 두터우며 정책 기획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며 "검찰 개혁 등 핵심 과제에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오광수 전 수석이 부동산 차명 대출 의혹 등으로 임명 닷새 만에 물러난 뒤 2주 넘게 새 후보자를 물색해 왔습니다.
 
봉 수석이 민정수석에 임명되면서 오 전 수석에 이어 또다시 검찰 고위직 출신이 민정수석을 맡게 됐습니다. 검찰을 잘 아는 사람이 개혁도 잘 이끌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판단 기준이 이번에도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속사정을 내밀하게 잘 아는 사람이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검찰 개혁과 같은 민감한 과제의 경우 검찰 출신인 봉 수석을 통해 내부 통제력을 확보하고, 동시에 비검찰 출신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지휘력으로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봉 수석이 친정인 검찰을 향해 제대로 된 개혁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는데요. 앞서 사퇴한 오 전 수석의 경우에도 특수부 검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여권 내 반발이 컸습니다. 특히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해 검찰 출신인사 민정수석을 맡으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요. 봉 수석이 대형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라는 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강 실장은 봉 수석이 검찰 출신이라는 지적에 대해 "모든 비서관 또는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비서"라면서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실현시키고, 국정 운영의 철학을 관철시키는 것이 모든 수석의 공통된 과제"라고 반박했습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검찰 출신도 괜찮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민주당 내 법조인 출신 의원은 "(민정수석이) 검찰하고 척을 지는 사람이면 검찰에서 진행되는 사건 보고가 (대통령실에) 제대로 안 올라올 수 있다"며 "문재인정부 땐 검찰과 긴장 관계여서 대통령실에서 개별 사건에 대한 파악이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봉욱 수석은 특수통도 아닌 기획통이고, 대검 차장까지 해서 고위직에 있었기 때문에 후배들도 무시 못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정라인 인사 검증에도 의구심…최근 노동비서관도 '낙마'
 
이와 함께 민정수석실에서 독립적으로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는데요. 이번 민정수석실엔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 변호인 여러 명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봉 수석과 합을 맞출 민정비서관에 이태형 전 민주당 법률위원장이 내정됐는데요. 이어 대통령실 직원들의 비리 감찰과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맡은 공직기강비서관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은 전치영 변호사가, 사법 개혁 과제를 다룰 법무비서관엔 이장형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대통령실 조직개편에 따라 민정수석실 내부에 사법제도비서관이 신설됐는데, 이 자리엔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봉 수석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실 라인에 이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다수 기용한 것은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다만 대통령실의 '레드팀'(조직 내 확증 편향을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민정 라인이 이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채워질 경우 향후 인사 검증이 더 부실해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됩니다. 특히 측근들로 편중된 ‘인사 검증 독점’ 구조가 향후 인사 검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엔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산하 노동비서관으로 발탁된 박송호 참여와혁신 대표의 낙마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대통령실은 박 대표 내정 철회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노동계에서는 박 대표가 운영하는 노동 전문매체 '참여와혁신'의 임금체불 의혹이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앞서 오 전 수석의 사퇴 때에도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기능 부재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날 봉 수석과 함께 경청통합수석에 전성환 전 세종시교육청 비서실장이 임명되면서 이재명정부 대통령실의 '3실장 7수석' 자리가 모두 채워졌습니다. 강 실장은 전성환 수석에 대해 "시민운동가, 공공기관장 및 지방 공무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낮고 작은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온 인물"이라며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경청과 통합의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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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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