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3사, RE100 이행률 평균 절반 수준…'초라한 성적표'

HD·LS·효성 지난해 이행률 3~5%에 그쳐
업계 “같은 전력에도 더 많은 투자 필요”
전문가 “정부 지원 없인 재생에너지 한계”

입력 : 2025-07-02 오후 5:28:36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초호황기를 맞아 연일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전력기기 업체들의 RE100(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이행률이 국내 기업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는 산업 특성상 재생에너지 전환이 쉽지 않다고 설명하면서도,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 관련 여건이 열악한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환경 문제에 민감한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전력기기 업체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의 인프라 정비와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효성중공업의 초고압 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2일 각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의 RE100 이행률이 3~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2년 12월 한국형 RE100에 가입하며 RE100 달성 로드맵을 세웠습니다. 2025년 10%, 2030년 34%, 204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3.56%로 전년도(0.67%) 대비 2.89%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2023년 12월 글로벌 환경정보 비영리 단체 CDP와 기후 그룹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RE100 이니셔티브에 업계에서 유일하게 가입한 LS일렉트릭은, 2030년 60%, 2040년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지난해 이행률은 5%에 불과했습니다.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지 않은 효성중공업은 공식적인 재생에너지 전환율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추산하면, 이행률은 4.87%(2022년), 4.48%(2023년), 3.28%(2024년)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들 전력기기 업체들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국내 기업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2024년 CDP 한국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응답 기업 239곳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평균 11%으로 전력기기 업체의 전환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습니다.
 
울산 HD현대일렉트릭 스마트 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는 변압기들 (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업계 관계자는 “전력기기 업계의 RE100 이행률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것은 산업 특성과 맞물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라며 “전력기기 제조는 대규모 용접, 주조, 열처리 등 고에너지 공정이 필수인 중후장대형 산업으로 동일한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한 설비나 인프라 투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업단지 중심의 제조업 구조와 국토 여건을 고려하면 자가발전 설비 구축에도 한계가 있어, 의지가 있더라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쓰려 해도 비용이 천문학적이라 정부 지원이 없다면 RE100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관리학과 교수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이 10%에 불과해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호황으로 수출에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향후 RE100을 중시하는 기업들은 계약 시 조건을 붙이거나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려 하면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 전환 의지를 밝힌 만큼, 제도적 보완과 인프라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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