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관세’ 일단락 베트남, 주가 상승에도 펀드는 왜?

호치민 4월 저점에서 26%↑…미국상장 ETF도 37% 올랐는데
국내 베트남펀드 올해 마이너스…인덱스·ETF만 체면치레

입력 : 2025-07-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친 베트남 증시가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주가지수는 협상 타결을 선반영해 이미 2개월간 상승, 2021년의 신고가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들은 이같은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저조한 성과를 기록 중입니다. 투자자들의 불만은 펀드 설정액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증시가 미국과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다시 상승 채비를 갖췄습니다. 관세율 자체보다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베트남과의 무역협정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알린 데 이어 베트남 외교부도 양국 간 무역협정 공동성명 합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로써 베트남은 트럼프발 관세 충격 이후 영국, 중국에 이어 미국과 합의에 이른 세 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베트남 증시, 협상 타결 기대감 선반영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베트남에 부여한 수입관세율을 기존 46%에서 20%로 인하합니다. 또 베트남이 수입하는 미국 상품에 대해선 관세를 철폐하고 베트남 시장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20%의 관세율은 베트남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아니지만, 관세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증시 참여자들에게 환영받았습니다. 베트남으로선 미국이 자국에 세 번째로 큰 수출국이다 보니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반면 베트남의 대미 수입은 지난해 기준 130억달러 규모로 크지 않습니다. 노무라는 베트남이 대미 관세를 철폐해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베트남을 거쳐서 미국으로 가는 환적상품엔 40% 관세를 별도 부과하기로 한 것이 중국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추후 중국이 베트남에 보복할지가 남았습니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당일 정작 베트남 호치민 주가지수는 2.63포인트 하락, 약보합으로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그 전부터 이미 주가가 올라 이날의 조정은 재료 확인에 따른 결과로 해석됩니다. 
 
베트남 경제도 수출이 중요해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국들에 폭탄 관세를 발표했던 지난 4월 급락세를 나타냈습니다. 4월2일 1317로 마감했던 호치민지수가 다음날부터 4영업일 간 -6.68%, -1.56%, -6.43%, -3.40% 연속 급락해 9일 1094까지 추락했습니다. 17%나 하락한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협상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등을 시작해 한 달여 만에 급락 전 지수를 회복했고 이후로도 계속 상승해 1380선까지 올라섰습니다. 저점 대비 26.28% 상승률입니다. 베트남 경제가 관세 충격을 추스르고 다시 상승을 이어갈 경우 2022년 1월에 기록한 1500대 최고점에도 재도전할 수 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올해 베트남 올랐는데 펀드는 하락?
 
베트남 증시가 강하게 오른 덕분에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좋은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미국 아멕스(AMEX) 시장에서 거래되는 반에크 베트남 상장지수펀드(VanEck Vietnam ETF)(종목기호 VNM) 주가는 4월8일 저점 10.13달러에서 3일 13.96달러로 마감, 37.80% 급등했습니다. 연초 이후 상승률도 21.60%에 달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베트남에 투자하는 상품들은 베트남 주가지수나 미국의 베트남 ETF 열기와는 온도 차가 큽니다. 일단 호치민거래소의 대표지수 VN30을 추종하는 ACE 베트남VN30(합성) ETF는 4월9일 1만9070원에서 3일 2만1875원으로 14.70%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호치민지수 상승률과 상당히 벌어진 성과입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액티브펀드들의 성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베트남 주식형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큰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의 경우 4월의 저점에서 17.27% 올랐습니다. 다른 펀드들도 성적은 비슷합니다. 
 
다만, 펀드 수익률을 지난 4월의 저점 대비 상승률이 아닌 장기수익률로 비교할 경우 더욱 저조한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호치민지수는 연초 이후 9.09%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VN30지수를 기초지수로 한 ACE 베트남VN30 ETF와 KB스타베트남VN30인덱스펀드는 각각 –1.95%, 4.62%를 기록, 베트남 주가와는 큰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다른 액티브펀드들입니다. 거의 모두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두 자릿수 손실률을 기록한 펀드도 있습니다. 베트남 증시는 좋은데 펀드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은 것입니다. 1년 수익률로 비교하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2년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 
 
“환율·특정섹터 랠리 탓”…설정액 감소
 
이 같은 차이엔 환율이란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는 원화를 달러(USD)로 바꾸고 달러를 다시 베트남 동화(VND)로 환전해 투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중엔 달러와 동화의 환율 변동 위험을 100% 노출시킨 언헤지(UH) 펀드도 있고, 미래에셋베트남(H-USD)펀드처럼 원달러환율은 헤지하면서 달러와 베트남 동화 사이의 환율 변동은 노출한 경우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환헤지(H) 펀드들입니다. 
 
<표>에서처럼 올해 수익률은 환헤지한 펀드가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2년 수익률로 비교하면 환율에 노출된 펀드가 나았습니다. 이는 동화 가치가 2023년과 2024년 어느 정도 유지되다가 올해 들어 크게 하락한 영향입니다. 원화는 그와 반대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가 헤지펀드와 언헤지펀드의 장단기 성과를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원동 환율이 10% 이상 하락해 원화 환산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론 기초지수보다 크게 뒤진 펀드 수익률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환율을 헤지한 펀드와 노출시킨 펀드의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올해 베트남 증시가 부동산 등 특정 섹터 중심으로 랠리를 펼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VN30지수 구성종목 상위엔 빈그룹(VIC) 부동산 개발 및 관리사업을 영위하는 빈그룹(VIC)과 빈홈스(VHM)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내 액티브 펀드들은 금융, 기술주 등을 많이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조한 성과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많지도 않은 펀드 설정액에서 자금을 계속 빼고 있습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베트남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575억원, 지난 1년간 1800억원, 5년 전보다는 무려 8677억원 감소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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