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방송 4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재의의 건이 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여당이 '상법 개정안'에 이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근로자·사용자의 개념 확대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핵심으로 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원·하청 교섭의 틀이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노란봉투법 7월 임시국회서 재추진 예고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7일부터 시작될 7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앞서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이 중점 처리 대상으로 설정한 민생·개혁 법안 처리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노란봉투법은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만큼,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관련 현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노란봉투법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과거 윤석열정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해당 법안이 21·22대 국회 본회의를 두 차례 통과했지만, 윤석열씨는 위헌 소지를 이유로 연이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 중 지난달 23일 이용우(민주당)·신장식(조국혁신당)·정혜경(진보당) 등 43인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사용자 개념이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신설 조항을 담았습니다. 현재는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다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불법 파업'을 조장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에도 "노란봉투법을 비롯해 그동안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했던 법안들이 줄줄이 통과를 대기하는 상황"이라며 "특정 정파나 진영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어떤 게 맞는지 국민들께 설명드리고, (반대)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행 노·사 관계 틀 바꾸는 '사용자 개념 확대'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사용자 범위 확대'입니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존 노란봉투법에서는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이번 개정안은 '명칭 관계없이 원사업주가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업주에게 맡기고, 자신의 사업장에서 해당 업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경우'도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현재 근로조건 등을 결정하는 실질적 사용주는 원청이지만, 법적 사용주는 하청업체 고용주인 고용관계가 많다"며 "개정안대로 사용자성 개념이 확대되면 원청의 사회적·법적 책임 범위가 넓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다면적 고용 구조 속에 있는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직접 단체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다만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원청 아래 수많은 하청기업이 연결된 한국 산업 생태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새 개정안은 근로자 범위도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도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실질적으로 확대했습니다.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워 노조를 성립하기 어려웠던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들도 노조를 조직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또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현행 규정을 삭제해 특수고용노동자 등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고용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도 결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를 따르도록 했습니다.
쟁의행위 대상·손해배상 청구 제한 확대
새 개정안은 쟁의행위 범위도 확대했습니다. 기존 노란봉투법은 현행법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확대했는데요. 노사가 결정하는 사안이 아닌 현재 시행 중인 근로조건에도 쟁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새 법안은 '사업재편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 노동조건과 근로자 지위'로 쟁의 대상을 구체화하면서 '경영상 해고'도 쟁의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노조법 3조 개정안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신설 조항이 담겼습니다. 기존 노란봉투법은 법원이 노조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 조합원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현행 노조법 3조는 '사용자는 이 법(노조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개정안은 이를 '헌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수정했습니다.
또 △노조의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조 이외 근로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 불가 △노조 존립이 불가능할 때 손해배상 청구 불가 등을 담아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구체화한 세부 조항도 신설됐습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