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메리츠증권, 부동산 대신 채권으로…IB 체질 전환 시동

대형 금융사 회사채 주관에 이름 올린 메리츠증권
우량 금융채 주관으로 셀다운 통한 자산회전율 상향
부족한 모험자본 투자 이력, 발행어음업 인가로 풀까

입력 : 2025-07-17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5일 15:4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메리츠증권이 전통IB 강화를 위해 채권시장에 힘을 쏟는다. 전략의 핵심은 우량 자산의 인수와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 구조에 있다. 이를 통해 성장 한계에 봉착한 부동산금융의 공백을 메우고 자산 회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발행어음 인가 요건 중 하나인 모험자본 발굴과 투자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채권시장서 존재감 키우는 메리츠증권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4000억원 규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의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이번 발행에서 신한투자증권 2년물과 3년물로 나눠 진행했다. 2년물은 1000억원 모집에 5000억원 주문이 들어와 2000억원으로 증액 결정됐고, 3년물 2000억원 모집에서도 8900억원 주문이 들어왔다. 금리는 2년물 –11bp(1bp=0.01%포인트), 3년물 –11bp에서 물량이 채워져 각각 2.697%, 2.777%로 금리가 결정됐다.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 메리츠증권은 2년물과 3년물 모두에서 대표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2500억원의 주관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전통IB 강화 결과다.
 
그간 채권자본시장(DCM)에서 메리츠증권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메리츠증권 IB의 특성상 수익 실현에 한계가 있는 채권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조는 지난해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딘 한편, 금융당국의 부동산 금융 규제안 강화가 이어지면서, 부동산을 통한 수익성 실현은 한계에 부딪혔다. 한편 DM은 발행 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기업들의 리파이낸싱 수요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채권발행시장은 기업 신뢰 관계 구축에서 시작한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자타공인 ‘영업맨’ 정영채 전 NH투자증권(005940) 대표를 상근고문으로 영입하면서 기업 신뢰 관계 구축에 나섰다. 이후 소위 ‘정영채 사단’으로 불리는 NH투자증권 출신 기업 영업 담당 인사를 잇달아 영입해 조직 구축에 나섰다.
 
금융채 주관 중심…자산회전율 상향 목표
 
메리츠증권은 올해 들어 신한투자증권의 회사채를 비롯해 주로 금융채 주관을 중심으로 실적을 쌓아왔다. 해당 딜은 NH투자증권 신디케이션 본부장을 역임했던 송창하 전무가 주도했다. 송 전무는 현재 메리츠증권에서 기업금융본부장을 맡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IB조직 개편에서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하고 산하 신디케이션담당, 주식자본시장(ECM) 담당, DCM 담당을 구성했다. 특히 DCM담당은 1팀과 2팀으로 나뉘어 조직을 구성했다. 현재는 상반기까지 30여 명이 충원됐다. 
 
메리츠증권이 전통IB 중에서도 채권 주관에 힘을 더 주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뿐 아니아 셀다운으로 자산회전율을 높이기 쉽기 때문이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 (사진=메리츠증권)
 
자산회전율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해 매출을 창출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메리츠증권이 주로 주관한 금융사 채권의 경우 여타 기업 채권보다 셀다운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메리츠증권은 채권 주관과 셀다운을 통해 부진한 부동산금융을 대체하는 동시에 부동산과 기업금융 사이의 균형잡힌 투자와 자산 분배를 이룬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는 올 초 실적발표에서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셀다운과 펀드 조성을 통한 상품 공급을 활성화시키겠다"라며 "이를 통해 다룰 수 있는 딜 양과 볼륨을 키우고 이를 통한 수익창출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환을 이루겠다"라고 말했다.
 
모험자본 투자 한계…발행어음, 해법 될까
 
채권 주관을 통해 메리츠증권은 매출 유지와 수익성 회복에 안간힘을 쓰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모험자본 투자와 기업발굴 능력이 아직 저조하다는 점이다.
 
(사진=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은 연내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 중이다. 현재 금융당국에 본인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올해부터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자금은 25% 이상을 모험자본에 투입해야 한다. 모험자본에는 ▲중소·중견기업 투자 ▲A등급 이하 채권과 P-CBO 매입 ▲VC·신기사·하이일드 펀드 출자 ▲상생결제 시스템 자금공급 등이 포함된다.
 
메리츠증권은 주로 우량등급 채권만을 주관해왔다. 고려아연(010130)이나 현대지에프홀딩스 같은 일반 기업 채권 인수도 진행했지만, 모험자본 투자라고 할 A등급 이하 실적은 부족한 상황이다. 자금 조달 주관에서도 SK그룹과 롯데그룹 등 대기업 자금조달 주관을 시도 중이지만, 중소형 기업 투자는 아직이다.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인가와 더불어 조직을 키워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순수 기업금융 부문 비중을 확장하는 등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조직 확대와 인력 충원과 함께 모험자본 공급으로 영역을 넓혀 전반적인 IB 사업의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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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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