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라젠)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라젠(215600)이 항암제 파이프라인과 최적의 조합을 이룰 병용요법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시험계획(IND)을 변경해 제출한 횟수만 여덟 번입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 IND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고 공시했습니다.
BAL0891은 지난 2022년 신라젠이 계약금 1400만달러를 들여 스위스 제약기업 바실리아에게 도입한 항암제입니다.
공시를 보면 신라젠은 2개 파트로 나눠 BAL0891 임상 1상을 진행합니다. 대상 질환은 진행성 고형암 및 재발성·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삼중음성유방암, 위암입니다. 신라젠은 BAL0891 단일요법과 '티슬렐리주맙' 또는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으로 임상을 진행합니다. 목표 시험 대상자는 약 260명입니다.
신라젠은 FDA에 IND 변경 승인을 신청하기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같은 내용의 신청을 냈습니다. 대상 질환과 시험 대상자 수도 동일합니다.
임상에서 BAL0891과 함께 투여될 파트너가 처음부터 티슬렐리주맙과 파클리탁셀로 정해졌던 건 아닙니다. FDA는 신라젠이 BAL0891을 도입하기 전 이미 임상 1상을 승인한 상태였습니다. 신라젠이 BAL0891 도입 이후 낸 임상 관련 공시를 간추리면 병용요법에 쓰일 예정이었던 물질은 '카보플라틴'입니다.
신라젠은 2023년 2월28일 진행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카보플라틴,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의 최대 내양 용량을 탐색하는 IND를 식약처에 냈고 같은 해 4월12일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어 지난해 4월11일에는 삼중음성유방암과 위암도 대상 질환에 포함시켜 IND 변경 승인을 신청해 6월27일 승인받았습니다. 작년 11월27일에는 시험 대상자를 216명에서 240명으로 늘려 올 초 식약처 승인을 따냈습니다. 국내 임상에서 현재 대상 질환이 굳어진 건 올해 4월19일이었습니다.
미국 임상 계획도 유사하게 조정을 거쳤습니다. 신라젠은 지난해 2월1일을 시작으로 대상 질환 추가, 병용요법 변경, 시험 대상자 확대와 축소를 거쳐 티슬렐리주맙을 병용요법 약물 중 하나로 채택했습니다.
신라젠이 BAL0891 임상 1상을 위해 한국과 미국 허가기관에 IND를 바꿔 낸 건 모두 여덟 번에 이릅니다. 수 차례 IND 변경 끝에 카보플라틴 대신 티슬렐리주맙을 선택한 건 2개의 화학요법 대신 면역관문억제제를 쓰는 편이 낫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카보플라틴과 파클리탁셀은 모두 화학항암요법에 쓰이는 약물인 반면 티슬렐리주맙은 암세포에 대한 면역 억제를 차단하는 기전입니다.
신라젠 관계자는 "면역항암제와 병용 전략을 추진하던 중 여러 기업이 BAL0891에 관심을 보였다"며 "그 중 비원메디슨의 티슬렐리주맙이 BAL0891과 시너지가 좋을 것으로 판단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무상으로 약물을 지원받아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IND 승인이 나오면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심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환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