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습니다. 앞서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재계 안팎에서는 최종 무죄 확정에 대한 기대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옵니다. 삼성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기에 긴장감 속에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기일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 회장에 대한 최종 판단을 오는 17일 내립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습니다.
기소 3년5개월 만인 지난 2024년 2월 1심에서는 이 회장의 19개 혐의 전부에 무죄가 선고됐고, 지난 2월 2심 재판부도 추가된 부분을 포함한 23개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가 확정되지 않겠냐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옵니다. 삼성 측은 법원 판단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별도의 입장 없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중요한 분기점이긴 하나, 이 회장이 계속 경영을 해왔던 만큼 대법원 선고 전 삼성과 선고 후 삼성이 완전히 달라진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 산적해 있는 난제가 많은 삼성 입장에서는 일단 이 회장의 최종 무죄 확정이라는 큰 고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현재 위기에 빠진 삼성의 경영 전략 향방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8년 동안 이어져온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경영활동에 제약이 컸던 만큼 이번 기회에 삼성의 변화를 기대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3월 당시 9조3000억원 규모로 하만을 인수한 이후 올 초까지 굵직한 경영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월 초에 이뤄진 2심 무죄 선고 후 사법 리스크 해소 기대와 맞물린 이 회장의 적극 경영 행보로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이 탄력을 받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심 무죄 선고 다음 날인 2월5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AI 회동’을 한 이 회장은, 이후 중국과 일본을 방문해 네트워크를 다지며 사업 협력 강화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재계 사교 모임인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해 AI 분야 협력 강화와 신성장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습니다.
만일 이 회장의 무죄가 최종 확정될 경우 이러한 경영 보폭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삼성의 2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실적 부진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입니다. 그룹 주력인 반도체 사업의 실적 반전과 초격차 기술력 회복이 주요 과제로 꼽힙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가 걷히면 이사회에 복귀하는 것이 우선 관건이 될 것”이라며 “대표이사 회장의 타이틀을 달아야 투자자나 주주들에게 책임성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의 외형과 질적 성장에 더해 지배구조 문제 등도 이 회장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짚었습니다.
만에 하나 무죄 판결이 뒤집혀 파기환송이 이뤄진다면, 삼성의 미래는 더 안갯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계획됐던 투자나 주요 경영 판단이 연기된다거나 축소될 공산도 큽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현재 중국 기업에 추격을 당하고 계속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삼성에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무죄 확정 판결을 받는다면 이를 계기로 이재용만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