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대형 IPO 강자' KB증권, 불확실성 속 '중형 승부수'

하반기 조단위 IPO 대한조선, 공모가 상단 확정
대형 IPO 집중 전략 수정…시장 변화에 '멈춤'
중소형 IPO로 방향 선회하면서 '투트랙 전략'

입력 : 2025-07-23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1일 17:5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KB증권이 하반기 첫 조단위 기업공개(IPO)인 대한조선의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수요예측에서 성공, 공모가를 상단에서 확정했다. 제도 변화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얻은 성과다. KB증권은 대형 IPO 주관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하반기에는 중소형 IPO 주관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상 중이다. 
 
하반기 조단위 IPO 대한조선 공모가 상단 확정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IPO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번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인 주당 5만원이다. 이에 따라 공모총액은 5000억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1조9263억원이다.
 
 
대한조선의 IPO는 지난 LG씨엔에스(064400) 이후 첫 시가총액 조단위급 IPO다. 앞서 케이뱅크(4조원)와 DN솔루션즈(4조원)가 연초에 계획 중이었지만 당시 탄핵정국 속 트럼프 2기 관세폭탄까지 겹치면서 주가 부진을 우려해 상장이 철회됐다. 이후 6개월여 간 국내 IPO시장은 중소형주 중심의 상장이 주를 이뤘다.
 
최근 IPO시장은 7월1일 증권신고서 제출기업부터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이 적용돼 조심성이 커진 상태다. 오랜만에 등장한 조단위급 IPO인 만큼 대한조선 IPO는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가늠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개선안에 따르면 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기간이 늘어나고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투자자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이 외 공모가 산정 자격에서 소규모 기관 참여 제한과 주관사 사전취득분 의무보유 강화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대형주, 특히 사모펀드와 같은 선투자 자본이 있는 기업 IPO는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주주와 주관사의 책임이 강화되는 한편, 기관투자자의 IPO 참여도 이전보다 제한, 기록적인 흥행도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한조선도 상장 6개월 후 2대주주이자 재무적투자자(FI)인 안다H자산운용의 보유지분 959만302주의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과 해당 물량이 시장에서 어떻게 소화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증권, 대형 IPO 주관에 집중
 
이번 IPO의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이 맡았다. 공동 대표 주관이지만 상장 주관 주도권을 가진 KB증권에 더 높은 수준의 인수수수료가 책정됐다. KB증권은 대표주관사로서 전체 물량의 45%인 2250억원을 인수할 예정이다.
 
KB증권은 지난 1월 LG씨엔에스(064400)의 IPO 대표 주관을 맡아 4월까지 IPO부문 리그테이블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형 IPO에만 집중하면서 미래에셋증권(037620)에 주관실적 역전을 허용해야 했다.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 (사진=KB증권)
 
KB증권이 국내 IPO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22년부터다. 당시 리서치센터장이었던 유승창 현 주식자본시장(ECM)본부장은 입찰제안요청서(FP) 수정 단계부터 리서치센터와 협업을 제안했다. 이 결과 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 IPO의 대표 주관을 맡는 등 대형 IPO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국내 증권사 중 조단위급 IPO에선 KB증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LG에너지솔루션 이후에도 2023년 LS머트리얼즈(417200)두산로보틱스(454910), 2024년엔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 IPO를 대표 주관했다.
 
대형 IPO 집중 전략은 관련 사업 확대까지 노릴 수 있지만, 불황기에 취약하다. 대형 IPO에 KB증권 ECM조직과 리서치조직 등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다보니 집중도는 높아졌지만, 소규모 기업 발굴엔 다소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KB증권은 올해도 무게감 있는 중형급 IPO 중심으로 주관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한조선 이후 KB증권이 앞두고 있는 IPO는 명인제약 IPO다. 명인제약의 기업가치는 5600억원 수준으로 연내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 중이며 5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허들 높아진 대형 IPO, KB증권 전략은?
 
대한조선 IPO 주관 성공으로 KB증권은 IPO명가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IPO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아직은 녹록지 않다. 
 
(사진=KB증권)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보면 경영진의 충실 대상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IPO로 자금을 조달해오던 국내 대기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적 분할 후 쪼개기 상장이나 자회사 중복상장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소액주주들이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상법 통과 이전인 6월 SK그룹의 윤활유 기업 SK엔무브는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이어 상장을 추진 중이던 대기업 IPO들도 상장 계획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법안 적용에 따른 영향을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그간 대형IPO와 함께 중소형 IPO도 병행하는 전략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중소형 IPO를 통해 시장 돌발변수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대형 IPO 주관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KB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아이티켐이나 그래피 등 중소형 IPO 역시 꾸준하게 준비하고 있다”라며 “산업별 특성을 감안해 다양한 기업규모와 산업에서 기업발굴과 IPO 주관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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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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