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국 극우에게 '메시아'가 된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전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가 정작 미국에선 외면받고 있습니다. 모스 탄 전 대사는 한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씨 탄핵 반대 등을 주장했습니다. 동시에 기독교인으로서 독실한 신앙심을 내보여왔습니다. 모두 아스팔트 보수의 구미에 맞는 행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 정부는 정부 관계자들이 외국에서 치러진 선거를 부정하며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모스 탄 전 대사의 사상적 배경이 되는 보수적 복음주의는 미국에서 위상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17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제일교회에서 열린 예배에서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가 설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스 탄 전 대사는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는 이 기간 전한길씨의 유튜브와 이봉규씨의 유튜브 등에 출연했고, 서울대 앞 정문광장에서 열린 보수집회에도 참석했습니다. 특히 15일엔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인 윤석열씨와의 접견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모스 탄 전 대사는 한국을 방문하는 내내 극우 보수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17일엔 서울 은평제일교회에서 특강을 했는데, "근본적인 전쟁은 영적 전쟁이라는 말은 옳다고 생각한다"며 "공산주의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을 반대하는 것(anti-God)이다.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반대하는 것'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선 부정선거론을 강조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범죄·사기 조직"이라며 "대한민국의 국민이 평화롭게 일어나 외치고 궐기한다면 이 나라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라고 선동했다. 모스 탄 전 대사가 등장할 때 극우 보수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고, 그를 주한 미국 대사로 보내달라고 미국에 청원하자는 서명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종교계에선 모스 탄 전 대사가 말한 영적 전쟁이라는 발상은 폭력성 내포한다고 우려했습니다. 서명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영적 전쟁이라는 표현은 자신들과 정치적 입장을 다른 세력을 망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일종의 '좌표찍기'"라며 "영적 전쟁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직접 쳐들어가지는 않고 영적으로 포위해서 '살을 날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가 윤석열씨 탄핵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사당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기도한 일을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영적 전쟁은 전쟁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표현"이라며 "원래는 물리적인 전쟁을 뜻하는 게 아니지만, 악마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영적 전쟁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열광적으로 되면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영적 전쟁이 폭력적으로 변한 사례는 서부지법 폭동"이라며 "미국에서도 의회 주변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 기독교인들이 기도회를 하는 등 영적 전쟁을 하다가, 다른 트럼프 지지자들과 힘을 합쳐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17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제일교회에서 열린 예배에서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가 기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흥미로운 건 영적 전쟁이라는 표현이 모스 탄 전 대사와 관련된 복음주의 개신교에서 즐겨 쓰는 표현이라는 겁니다. 미국 내 주류(mainline) 개신교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인 복음주의 계열 대표들은 로잔 언약에 '우리는 우리가 악의 권세들과 능력들과의 부단한 영적 싸움에 참여하고 있음을 믿는다'는 구절을 넣었습니다.
일부 복음주의 단체는 21대 대선에서 영적 전쟁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글로벌 복음주의 교회연합은 지난 5월 낸 성명에서 "한국 교회와 국민은 대선 사전투표를 포함한 부정선거 조작 시도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면서 "대선의 영적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투표하며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를 수호하는 것은 한국교회와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의무"라고 했습니다.
모스 탄 전 대사는 1997년 복음주의 성향의 휘튼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2022년부터는 역시 복음주의 계열인 리버티 대학교의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아울러 모스탄 전 대사가 아스팔트 보수에서 인기가 있는 다른 이유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모스 탄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인 2019년 국제형사사법대사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하자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했습니다. 모스 탄 전 대사도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극우에 보조를 맞추듯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모스 탄 전 대사 사상의 근간이 되는 복음주의 개신교는 쇠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6년 16%였던 미국 내 무종교 비율은 28.1%로 올라갔습니다. 같은 기간 백인 복음주의자의 비중은 23%에서 13.2%로 줄어 9.8%포인트의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주류·비복음주의자는 17.8%에서 13.1%로 하락하기는 했지만 낙폭은 복음주의보다 덜한 4.7%포인트였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복음주의의 미래는 더 암울합니다. 백인 복음주의자 비중은 65세 이상에서는 18%인데 반해 18~29세에서는 그 절반인 9%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무종교는 65세 이상에서 18%, 18~29세에서는 38%입니다.
황용연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복음주의가 쇠퇴하는 건 1990년대 이후 미국의 보수 정당 공화당이 보수적 기독교인들을 끌어들인 '기독교 정치화'에 대한 절망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며 "아니면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 등의 영향으로 인해 보수적 기독교 사이에서도 극단화가 이뤄진다는 징후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