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정부의 부동산 가격 잡기가 전세 대란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대출 규제의 파급력이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들의 집 구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데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LH 임대주택 청약에 도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LH의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은 평소에도 입주자를 모집 중입니다. 특히 민간 아파트보다 임대료가 저렴해 당첨만 된다면 이곳에 거주하며 내 집 마련을 준비하기에 좋습니다.
전세대란 우려…공공임대아파트라도
25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2만4343호로, 정부의 6·27대책 발표 직전 2만4855호에서 2.1% 감소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는 1만8796호에서 1만9449호로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 것이 금지됐고,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신청하는 전세퇴거자금대출도 1억원으로 제한된 영향입니다. 전세를 놓고 얻기 위해 이용하는 대출이 차단 수준으로 제한된 탓에 전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평소 목돈을 갖고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세입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전세의 월세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들은 전세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 공공임대주택입니다. LH가 공급하는 국민임대주택, 청년주택, 영구임대주택을 비롯해 GH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설립한 도시공사가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이 있습니다.
물론 신도시 또는 신도시에 준하는 대규모 주택 공급 사업을 벌여 그중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제공하지 않는 이상 갑자기 대량의 임대아파트 매물이 나오길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평상시에도 전국에서 소량의 임대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신규 공급이 아니라 기존 임차인이 나간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예비입주자 모집입니다.
(사진=뉴시스)
평형 작아도 전월세 저렴
LH는 지난 23일과 24일 이틀간 경기도 광명시 소재 국민임대아파트 몇 곳에서 예비입주자 청약 신청을 진행했습니다. KTX광명역에서 가까운 광명역세권휴먼시아 아파트 두 곳과, 소하휴먼시아 3개 단지에 입주할 예비후보자들을 뽑기 위함입니다.
광명역세권과 소하휴먼시아는 각각 2010년과 2009년에 입주한 구축아파트이긴 해도 교통이 좋고 주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단지들입니다. 이곳에 각 임대아파트 단지와 평형별로 10~35가구씩 청약을 받았습니다. 기아 소하공장 맞은 편에 위치한 광명역세권 1단지에선 전용면적 39㎡ 15가구, 46㎡ 20가구, 51㎡ 45가구 등 총 70가구가 나왔습니다. 광명 이케아와 롯데아울렛에서 가까운 역세권 2단지도 동일 평형으로 각각 10가구, 15가구, 15가구씩를 모집했습니다. 소하동 한내천 공원을 끼고 있어 환경이 좋은 소하4단지는 15가구씩 45가구, 소하초·중·고교를 모두 눈앞에 둔 소하6단지는 51㎡형은 없지만 30가구 예비입주자를 받았습니다. 5개 단지에서 총 215세대가 나왔으니까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LH가 모집공고에 밝힌 임대료에 따르면 이중 월세가 가장 높은 곳은 소하1단지 및 3단지의 51㎡형이었습니다. 둘 다 임대보증금 4878만원, 월임대료 33만2840원입니다. 한내천공원을 사이에 두고 소하4단지와 마주한 소하5단지에서 올해 나온 전용 59㎡형 아파트의 월세 실거래가가 보증금 2억5000만원에 월 70만원이었으니까 두 곳의 평형 차이를 감안해도 국민임대주택의 시세가 상당히 저렴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소하5단지의 월세 매물은 보증금 2억1000만원에 월 80만원, 5억원에 월 25만원이 있습니다.
물론 이처럼 저렴한 혜택을 아무나 받을 수는 없습니다. 세대 구성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소득과 자산 기준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1인가구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90%인 323만원 이하, 2인가구는 가구원 합산 438만원, 3인가구 533만원, 4인가구 600만원 이하입니다. 자산은 세대구성원을 합산해 3억3700만원 이하, 차량은 3803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여기에 자녀가 있으면 허들이 조금 낮아집니다.
국민임대나 행복주택의 예비입주자로 뽑힐 경우 곧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대기 중인 예비입주자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이들이 먼저 입주한 뒤에 차례가 돌아와야 입주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LH가 운영하는 주택청약 홈페이지 LH청약+ 초기 화면에서 바로 임대주택 청약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LH청약+ 홈페이지 갈무리)
분양전환 앞둔 임대주택도 입주자 모집
좋은 지역에서 나온 임대주택일수록 청약경쟁도 치열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당 지역에서 오래 거주하고, 청약통장을 오래 보유·납입했고, 미성년 자녀가 많을수록 점수가 높습니다. (예비)신혼부부, 한부모가족 등에도 점수가 배정돼 있습니다.
광명 국민임대주택 모집과 같은 날에 청약을 진행한 인천 영종도 행복주택은 기준이 조금 다릅니다. 행복주택은 청년층 위주의 지원사업이어서 대학생이거나 고교·대학 졸업 후 2년 이내인 사람. 사회초년생과 예술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 등에게 청약자격이 주어집니다. 월소득은 1인가구 기준으로 평균 431만원 정도니까 연봉 센 대기업 초년생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가능합니다. 자산 기준은 1인가구와 자녀 없는 2인가구가 1억400만원입니다.
행복주택은 최대 거주기간이 10년, 길어야 14년(자녀 1명 이상)이므로 그 안에 내 집을 마련하거나 다른 집을 알아봐야 합니다.
국민임대와 행복주택은 모두 임대보증금을 줄여 월세를 늘리거나, 월세를 일부 보증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단,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은 3.5%인데 월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전환할 땐 7%가 적용됩니다. 월세로 돌릴 때 더 유리한 제도입니다.
만약 보증금 1000만원을 줄이고 월세로 전환하면 연간 35만원, 월평균 2만9166원을 더 내면 됩니다. 자신이 연 3.5%를 월등하게 넘어서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능력이 된다면 목돈이 충분해도 월세를 늘리는 편이 낫습니다. 임대보증금은 100만원 단위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이밖에도 공공임대아파트이지만 분양 전환을 신청할 수 있는 아파트도 있습니다. 24일 예비입주자 신청을 받은 인천시 가정동 루원시티어울림이 10년 분양전환공공임대주택이었는데요. 인천2호선 가정역 역세권 단지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단지가 2015년 11월 입주해 곧 10년을 채운다는 사실입니다. 오는 11월 분양전환이 시작됩니다. 임대기간은 11월30일까지입니다. 예비입주자로 뽑혀 입주해도 곧 분양 신청 절차가 시작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임대가 아닌, 분양을 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분양전환공공임대의 경우 감정평가를 거쳐 확정되는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낮게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은 대량은 아니어도 꾸준히 예비입주자를 모집하기 때문에 본인과 가족이 청약자격을 갖춘 수요자라면 매달에 한 번씩이라도 LH청약플러스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