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시한폭탄’…업계 ‘풍전등화’

미 “2주 후 발표 예상…반도체 가져올 것”
전문가 “'빅딜' 필요…대통령 직접 나서야”

입력 : 2025-07-28 오후 3:25:34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미국이 유럽연합(EU)과 극적 무역 합의를 이뤄낸 직후 곧장 반도체 관세를 시사하면서 국내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관세 시한폭탄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크게 영향을 받고, 제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내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정부가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7일(현지시간) 미국과 EU는 EU산 상품에 15% 관세, 항공기·반도체 장비 등 일부 전략적 품목에 대해서는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과 EU의 무역 협상 타결 발표 직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를 “2주 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반도체와 제조 장비, 파생 제품 수입이 자국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결과를 내겠다는 통보입니다. 
 
지난 4월 미 상무부는 △반도체 기판 및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반도체 제조 장비 부품 등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관세 적용 품목이나 관세율이 거론되진 않았지만, 범위가 넓은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반도체가 부품으로 들어가는 전자업계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반도체를 겨냥한 미국의 연이은 관세 경고는 주요 반도체 기업의 자국 내 유치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날 러트닉 장관은 “우리는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대만과 다른 곳에서 많은 기업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연말부터 미 애리조나주에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는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시사한 발언입니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에 무엇보다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LG전자가 미국의 관세 부과로 가전과 TV 등에서 타격을 받았던 만큼, 삼성전자 가전 부문 역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도체 분야 역시 올해 내내 저조한 수익을 이어왔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관세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2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9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기 전 쌓아둔 재고를 기업들이 사재기를 한 영향이 컸습니다.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준비 중이지만, 핵심인 메모리 생산시설은 미국에 두지 않은 만큼 관세의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제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6%로, 이는 OECD 평균(15.8%)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제조업 시장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도 관세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제언합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성장을 이끈 주요 산업이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분야”라며 “‘빅딜’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농축산물이나 방위비 문제는 경제 파트가 정할 수 없는 사항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최소한 관세를 다른 나라 수준인 15% 정도에 머무를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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