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김건희 특검이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공천에 김건희씨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22대 총선 때 국민의힘 후보로 경기 용인갑에 공천됐습니다. 그런데 이 전 비서관은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데다 배우자인 신모씨는 김건희씨와 교분이 두터운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이 전 비서관 공천엔 김씨가 힘을 쓴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특검은 이 전 비서관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던 회사와 관련된 90억원의 행방도 살피는 중입니다.
30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은 22대 총선에서 이원모 전 비서관이 국민의힘 용인갑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는 과정에 윤석열씨 부부가 개입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에서 일했지만 정치 경력은 전혀 없었는데, 용인갑에 도전한 국민의힘 예비후보 5명을 제치고 공천을 받은 겁니다. 특히 이 전 비서관은 애초 서울 강남을 출마를 준비하다가 '대통령실 인사의 양지 출마'라는 비판이 나오자 용인갑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지역구에 대해 충분한 준비가 없었음에도 전략공천을 받자 용인갑에 출마하려고 했던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이 전 비서관 공천에 반발, 기자회견까지 열었을 정도입니다.
2024년 4월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용인 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이원모 용인갑 후보(왼쪽 세번째)가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사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은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됩니다. 그는 2021년 3월 윤석열씨가 검찰총장을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자 검사를 그만두고 윤석열캠프 법률지원팀에 합류했습니다. 윤석열씨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엔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됐습니다. 이 전 비서관 공천에 김건희씨가 연루됐다는 의심은 총선이 끝나고 지난해 9월부터 구체화됐습니다. <서울의소리>가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겁니다. 김 전 행정관도 용인갑에 도전했지만, 이 전 비서관이 전략공천 되자 고배를 마셨습니다.
해당 통화 녹취록에서 김 전 행정관은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이철규(국민의힘 의원)가 용산 여사(김건희씨)를 대변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여사한테 이원모 (전 비서관) 하나 어떻게 국회의원 배지 달게 해주려고 저 XX을 떨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 전 행정관은 또 "이원모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신줏단지 모시듯이 저 야단 난리치고 있잖아"라며 "이원모 잘못되면 이철규가 날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의소리> 기자가 "김건희씨가 공천 개입을 많이 하긴 하네요"라고 하자 김 전 행정관은 "하고 있다. 그 루트가 이철규"라고도 했습니다. 이철규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공관위원이자 인재영입위원장이었습니다.
특검은 이 전 비서관에 대한 공천 개입 의혹과 더불어 그의 배우자 신씨가 대표로 있던 자생바이오와 관련된 90억원의 행방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신씨는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의 차녀입니다. 자생바이오는 한약재 공급 및 식품가공 제조업체입니다. 2014년 설립됐으며 2023년 9월 청산됐습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90억원은 신씨가 자생바이오 대표로 있던 2020년 5월~2022년 4월까지 제이에스디원으로부터 장기 대여를 받은 돈입니다. 제이에스디원은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을 포함해 신씨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입니다. 하지만 2023년 9월 자생바이오가 청산되면서 제이에스디원은 빌려준 90억원을 '제각'(자산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장부에서 제거하는 것) 합니다. 자생바이오로선 제이에스디원에서 빌린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겁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윤씨가 대선에 당선된 시기가 겹칩니다.
윤씨는 2021년 7월30일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같은 해 11월5일 20대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됩니다. 그런데 제이에스디원의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자생바이오에 60억원을 빌려줬습니다. 때문에 자생바이오가 돈을 정치 비자금으로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2024년 7월1일 이원모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생바이오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의원은 "자생바이오가 90억원을 어딘가 다 써버리고, 빈 깡통이 됐다. 자생바이오는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유령회사라고 추정한다"며 "자생한방병원은 윤석열씨의 고액 후원자로 유명하다는 보도도 있다. 윤씨는 이 전 비서관을 (신씨와) 중매했을 정도로 사이가 각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행안위 국감에 출석한 김용빈 중앙선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선거 후보자가 제출한 내용에 대해 저희들이 실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 비용 실사는 끝났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이원모 전 비서관에게 그가 공천 개입에 연루됐다는 논란, 배우자 신씨 회사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관해 반론과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