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통상 합의 내용으로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조선 협력 전용 펀드가 조성됐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제시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로, 이번 통상 합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선업 재건을 위해 K-조선에 협력을 요청하는 만큼, 국내 조선업체들의 미국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31일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한미 통상 합의 타결을 설명하며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불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특히, 이 중 1500억불은 조선 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합의에 이르도록 가장 큰 기여를 한 부분은 마스가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선 협력 전용 펀드는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조선 관련 유지·보수·정비(MRO) 등을 포함한 조선업 전반의 협력을 골자로 하며,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요에 기반해 구체적인 사업에 투자될 예정입니다. 구 부총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 건조 능력을 갖춘 우리 조선 기업들이 미국 조선업의 부흥을 도우면서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 조선업 쇠퇴로 세계 1~2위를 다투는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왔습니다. 특히 미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데, LNG를 운반하는 LNG 선박 건조 능력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이에 독보적인 건조 능력을 보유한 K-조선이 이번 협상의 ‘핵심 카드’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LNG선 68척을 수주해 전체의 약 62%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시장 자체가 크기 때문에, 상선·특수선을 아우르는 분야에서 추가 진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협력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의 금융 지원이 있다면, 시설 투자 외에도 지분 투자 등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미 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진행하거나 MOU를 진행한 바 있어 추가 사업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대미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약 1억달러에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현지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했고, HD현대중공업도 헌팅턴 잉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 등 미 조선사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법안 발의를 예고하는 등 여당도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한국 기업이 미 군함 건조와 MRO 사업에 참여하도록 정부 예산과 외교 협상·협정 체결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이번 협력은 현재의 한미 동맹을 함정·조선 산업 재건으로 한 차원 더 끌어올려 미국 함정·조선 산업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는 파트너로 여기고 있고, 특히 조선·방산 분야에서 최적의 파트너임을 입증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