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주가는 왜 올라야 하는가?

입력 : 2025-08-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주식을 모르는 지인들에게서 받는 질문 중 겹치는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것, 주가는 왜 오르는가, 왜 올라야 하는가입니다. 왜 오르는가를 설명할 때는 사업과 창업에 비유합니다. 장사 잘되는 친구 가게에 동업으로 참여하려고 할 때 얼마를 지불하겠는가, 그 가게가 1000만원 벌 때와 1억원 벌 때 얼마 내고 참여하겠다고 제안해야 친구와 뜻이 맞겠는가, 대충 이런 식으로 풀어갑니다. 
 
왜 올라야 하는가를 이해시키는 건 이보다 조금 어렵습니다. 주식증서를 발행해 얼굴도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 사업자금을 조달받는 개념이나, 주가가 올라야 추가로 자금 조달할 때 수월하고 은행에서 돈 빌리는 조건도 나아진다는 점 등을 설명합니다. 동년배들에겐 옛 기억을 상기시켜, 그 시절 신문에 난 채용 공고 한 귀퉁이에 기업들은 굳이 왜 ‘상장회사’ 네 글자를 박아 넣었겠느냐 반문도 해봅니다. 
 
그래서 주가는 올라야만 합니다. 오르지 않으면 주식시장의 존재 가치는 점점 희미해지니까요. 돈도 못 벌면서 동업하자 손 내밀면 누가 돈을 대겠습니까? 물론 일가의 사익 때문에 주가가 오르지 않길 바라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만 놓고 보면 주가가 오르는 게 여러모로 이익입니다. 
 
지난 6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에서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주가가 오르면 그 결과값으로 주식 보유자들의 이익이 증가합니다. 그 중에서도 누구의 이익이 가장 크게 불어날까요? 당연히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 즉 최대주주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은 그 기업의 창업자 또는 창업자의 주식을 물려받은 자손들일 겁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최대주주들의 이익을 한껏 부풀려주겠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그들이 원한다고 밝힌 적은 없지만. 또 대주주 집단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주주들의 이익도 커질 겁니다. 이쪽은 주가가 오르기만 한다면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부류입니다. 
 
‘부자 감세’를 이유로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을 강화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문턱을 애초 논의하던 방안에서 한껏 높였습니다. 1년 동안 받는 이자와 배당금이 2000만원을 넘는 투자자의 수는 많지 않으니까 소수 자산가들을 향한 타깃 과세 방안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저 세금을 낼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최대주주는 기업의 지배권 때문에 주식을 함부로 팔 수 없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양도세 낼 일은 없습니다. 또 다른 큰손들(1% 지분 또는 10억원 이상 보유)도 연말까지 주식을 보유했다가 양도세를 내느니 과세 기준일 전에 주식을 매도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저 세제 개편으로 걷힐 세금은 많지 않을 테고, 대신 그들이 쏟아내는 주식 매도 물량에 시장이 휘청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무엇보다 세금이 많이 걷히고 적게 걷히고를 논하기 전에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까지 만든 정부가, 5000 가면 대주주들에게 가장 큰 이익이 돌아가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대주주들이 가장 큰 이득을 본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높이고, 다들 피해갈 톨게이트를 만든다는 게 코미디 아닐까요? 
 
주식을 팔아도 세금이고 배당을 해도 세금입니다. 대주주는 더 많이 뗍니다. 그래서 대주주 뜻을 따르는 기업들은 배당을 하지 않거나 적게 합니다. 남은 돈을 계속 회사 안에 쌓습니다. 계속 그렇게 모으기만 할까요? 아닙니다. 이익을 빼돌립니다. 자녀 회사 만들어 그리 빼돌리고, 메자닌 동원해 헐값에 빼가기도 하고, 신사업 투자한다며 빼내기도 합니다. 별의 별 방법이 동원됩니다. 이쯤 되면 고액 연봉으로 가져가는 건 차라리 순수해 보일 지경입니다. 
 
회사에 쌓인 이익이 모든 주주에게 공유되지 않는 한 ‘코스피 5000’은 한낱 꿈일 뿐입니다. 회사의 이익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공유하는 장치가 배당입니다. 우리 기업들에도 워렌 버핏 같은 경영자가 있다면 배당 필요 없으니까 계속해서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해 배당받는 것보다 주가를 더 올려주길 바라겠지만, 우리 현실에 가당치도 않습니다. 그래서 세금 또 내더라도 배당으로 받겠다며 기업이 배당을 늘리게끔 유도하려는데, 세금을 왕창 물리겠답니다. 
 
기획재정부의 세제 개편안 보도 직후 하루 새 코스피에서만 100조원, 코스닥에서 17조원이 사라졌습니다. 다시는 횟집 사장님이 수술대 앞에 서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수술대에 누운 1200만 환자들이 화들짝 놀랐습니다. 물론 의사 선생님에게도 회칼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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