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달 대체로 60%대를 유지하다 한 달 만에 50%대로 내려앉았는데요. 지지율 하락의 배경으로 광복절 특별사면 문제를 비롯해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논란,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포함한 정치인 사면에 대한 반발 여론이 지지율 하락에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입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 사태' 논란으로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던 만큼 여권에선 이번 사면이 이 대통령 지지율의 변곡점이 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ARS에 전화면접도 '최저치'…부정평가 이유 1위 '특별사면'
17일 최근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조국 전 대표 등이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후 일제히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앞서 법무부 사면심사위는 지난 7일 조 전 대표 부부와 윤미향 전 의원 등을 사면 심사 대상에 포함해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이 대통령이 1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들에 대한 사면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이 기간 이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요동쳤습니다.
15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8월12~14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무선 전화조사원 인터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4주 전 64.0%에서 이번 주 59.0%로, 5%포인트 줄었습니다. 취임 후 최저치로, 해당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사 시기(8월12~14일)는 조 전 대표 등을 비롯한 사면 명단이 최종 확정된 11일 이후여서 광복절 특사 영향이 민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특별 사면'이 22%로 가장 높았습니다.
ARS 자동응답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지지율은 잇따라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4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8월11~12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무선 ARS 조사)에선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주 전 58.3%에서 이번 주 52.8%로, 5.5%포인트 빠졌습니다. 역시 취임 후 최저치 기록입니다. 한 달 전 조사 결과(7월7~8일 조사) 이 대통령 지지율이 60.2%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최근 3차례 연속 하락했습니다.
이어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8월4~8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무선 ARS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63.3%에서 이번 주 56.5%로, 6.8%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입니다. 지난달 내내 60%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일주일 사이 50%대 중반으로 하락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광복절 특사로 출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때도 지지율 '최저치'…이 대통령 외교 성과 '분수령'
집권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선 조 전 대표 등의 사면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분위기입니다. 당내 대다수 의원들은 보통 '정치인 사면'은 역대 정권 초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뒷순위로 밀려나기 마련이지만, 이 대통령이 조 전 대표 등의 사면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 전 대표를 언젠가 반드시 사면해야 한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을 시기인 정권 초에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조 전 대표의 성탄절 특사 이야기도 나왔지만, 연말엔 지방선거 국면이어서 실제 사면 시 당장 여권의 선거 준비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정청래 대표 견제 차원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반대로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이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은 아닐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조 전 대표 사면 문제를 포함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혼선,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 등이 한데 묶여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입니다. 여기에 윤미향 전 의원과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이 민심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조국 사면과 관련한 후폭풍이 계속됐습니다. 국민의힘은 조 전 대표와 윤 전 의원은 청년층의 분노와 국민적 공분을 샀다는 점을 부각하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등 상임위 차원에서 사면 관련 청문회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 연설 도중 일어나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으로선 조 전 대표 사면 이후 국정 지지율 수습이 중요해졌습니다. 자칫 수습이 미진할 경우 문재인정부 때 '조국 사태'와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8월 초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50.4%로, 간신히 50%대 지지율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장관 임명 한 달 뒤인 10월 중순엔 42.5%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때 역시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 지지율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8월말 예정된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서 외교적 성과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외교 쪽에서 성과를 가져오면 민심의 점수는 좋아질 것"이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 특정 포인트에서 점수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2차 민생 지원이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효과가 국내 경제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조국 전 대표는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예정입니다. 사면 이후 조 전 대표의 첫 공개 일정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