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입력 : 2025-08-22 오전 11:20:16
[뉴스토마토 오승훈 산업1부장]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가을 무렵이었다. 당시 난 한 신문사의 사회부 경찰 기자로 강북 라인이 내 ‘나와바리’(담당 구역을 뜻하는 언론계 은어)였다. 민변 소속 변호사였던 그는, 지도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한 여대생의 사건을 대리하고 있었다. 대학 또한 사회부 기자의 취재 영역이라, 취재원을 통해 그를 알게 됐고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단독 기사를 쓸 수 있었다. 
 
검찰 개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검찰로부터 부당한 수사와 기소를 받았던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사진=오승훈)
 
이광철 변호사의 첫인상은 관우와 같은 ‘장수 포스’였다. 기골이 장대한 데서 나오는 느낌이었다. 이후 취재 과정에서 법률 자문을 구할 때 전화하면, 늘 만사를 제쳐두고 도와줬다. 한번은 일요일이었는데 그날도 기사를 쓰다 법적 조언을 구하려 전화했고, 그는 예의 사람 좋은 목소리로 무식한 기자를 응대해줬다. 그의 목소리 뒤에서 어린 딸이 놀아달라고 할 때, 적잖이 미안했다. 
 
나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그와 가끔 술자리를 갖고 연락을 주고받았다. 친해졌을 법도 한 데 그는 좀처럼 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2017년 정치부에 있을 때, 법조계 멘트를 받으려고 전화했는데 그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 “오 기자님, 이건 오프인데 제가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게 돼서 앞으로 당분간 조언드리긴 어려울 듯합니다.” 알고 보니 그는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지원단 활동을 했던 이력이 있었다. “축하드린다고, 이러다 청와대 들어가시는 거 아니냐”고 농을 던졌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임명됐고, 이후 민정비서관에 올랐다. 권세를 얻게 되면 사람의 행동거지가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는 청와대에 가기 전이나 이후나 달라진 게 없었다. 늘 겸손하고 예의 발랐다. 
 
검찰개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그는 윤석열 검찰로부터 수사와 기소를 당해 재판까지 받았다. 이른바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이었다. 의혹이라고도 볼 수 없는 헛껍데기였는데, 기소 뒤 4년여의 재판 끝에 지난 6월5일에야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자신에 대한 적의를 감추지 않았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해, 그는 우리와의 술자리에서조차 ‘윤 총장’이라고 직함을 붙이며 지칭했다. 우리가 “그냥 쌍욕을 하세요!”라고 말해도, 그는 윤 총장이라 부르는 것을 포기하기 않았다. 이광철은 그런 사람이었다. 부당한 수사와 압수수색의 곤욕까지 치르면서도 공과 사를 구분해서 말하고 행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한 비서였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다고 보는 이유다. 
 
그의 노래방 18번은 이승철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다. 그 노래를 그에게 돌려주고 싶다. 이런 됨됨이의 사람 또 없습니다. 지금도 조국혁신당에서 검찰 개혁을 위해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그의 세월이, 앞으로는 꼭 일만이 아닌 놀이로도 채워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그 놀이에(일에는 말고!) 가끔 나도 끼워줬으면 좋겠다. 
 
오승훈 산업1부장 grantorin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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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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