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2024년 세계 주요 상품 중 4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4개 분야 모두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TV 관련 상품들로, 저가 공세로 추격하는 중국에 ‘초격차’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 관세 등의 영향으로, 가전 등에서 소폭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 로고. (사진=연합뉴스)
한국 기업이 71개 분야 중 D램과 낸드플래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초박형 TV 등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1일 71개 분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이 4개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3년과 동일한 기록으로,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여전히 강세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반도체 분야 중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독점했습니다. D램에서는 삼성전자가 41.1%, SK하이닉스가 33.8%로 1·2위를 차지했습니다. 낸드플래시 역시 삼성전자 34.8%, SK하이닉스 21.3%로 집계돼 두 기업이 과반을 넘겼습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가 강세였습니다. OLED 패널은 삼성전자가 41.7%, LG디스플레이가 23.8%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초박형 TV는 삼성전자 16.3%, LG전자 14.6%였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초격차’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중국과 2~3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평가받는 가운데, 디스플레이도 기술적 차이를 벌리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의 추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무적인 기록”이라며 “다만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만큼, 마냥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기술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국가별로 보면, 우리보다 많은 상품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미국(27개)과 중국(18개), 일본(9개) 세 곳이었습니다. 미국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서비스 등에서 강세였고, 중국은 통신 인프라와 전기차 배터리, 조선 등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다만 중국은 15개 분야에서 점유율이 하락했습니다. 일례로 감시카메라 시장에서 중국의 합산 점유율은 2023년 52.5%였지만, 지난해는 49.9%로 2.6%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냉장고와 가정용 에어컨 등 가전에서도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습니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닛케이는 “전기차와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미국 정부가 규제와 관세를 강화하면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