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국산 자동차와의 관세 격차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미국 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면서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입된 미국산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미국-일본 협정 이행’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2.5%의 기본 관세와 25%의 품목별 관세를 더해 총 27.5%를 적용해왔으나, 이번 조치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한국도 지난 7월30일 미국과 협상을 통해 3500달러(약 486조5000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달러(약 139조원)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조건으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관련 행정명령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은 당분간 불리한 구도에 놓이게 됐습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실제 쏘나타의 판매 가격은 2만6900달러(약 3697만4050원·기본트림 기준)로 경쟁 중인 도요타 캠리(2만8400달러)·혼다 어코드(2만9390달러)와 비교해 약 5.3%~8.5% 저렴합니다.
그러나 일본산 차량의 관세 인하분이 가격에 반영되면 충남 아산공장에서 수출되는 쏘나타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비싸져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합의하고 이를 근거로 미국이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조속히 명문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이 우리보다 조금 먼저 합의했고, 그 시점 기준으로 관세율이 명문화가 된 것을 보면 우리도 순리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만약 절차가 지연되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쳐 3분기와 4분기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현대차 등 기업들이 관세 영향을 고려해 가격이나 원가를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한 달만 지연돼도 타격이 있다”며 “특히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행정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호근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도 “관세 격차는 한국 자동차업계의 3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관세 인하 행정명령이 조속히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