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9월 9일 16:1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올해 상반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관련 투자금을 4배 이상 확대했지만, 일본 무라타에 비하면 여전히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에 머무르고 있다. 무라타는 2조원대 투자를 감행하고 후발업체들도 바짝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기는 인공지능(AI)과 전장용 MLCC에 주력해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다만,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비해 부채는 늘고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줄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을 방문한 모습.(사진=삼성전기)
시설투자 증설에 AI·전장용 MLCC로 경쟁력 확보할까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 시설투자금액이 작년 상반기 293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099억원으로 39.75% 늘어났다. 이 중 컴포넌트 생산설비 투자금이 지난해 상반기 53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389억원으로 4.44배 확대됐다. 반면 패키지솔루션은 1803억원에서 781억원으로 축소됐다.
앞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포함된 컴포넌트 부문은 AI 서버 수요에 힘입어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상반기 85%에서 올해 상반기 98%까지 확대됐다. 삼성전기는 중국 텐진과 필리핀 생산법인에서 MLCC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필리핀 법인은 라구나주 칼람바시 소재 기존 공장에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입해 증설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측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기는 아직 MLCC 업계 1위인 무라타에 비해선 점유율 2위에 머물러 있고 대만과 중국 업체들도 바짝 추격하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MLCC 시장에서 무라타는 약 40%, 삼성전기는 약 25%에 머물렀다. 이어 타이요 유덴, TDK, 야교 등은 10~20% 정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치열한 접전이 지속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무라타는 올해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설비투자액을 전기보다 50% 증가한 2700억엔(한화 2조5361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기가 필리핀 공장 증설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의 약 1.8배에 달한다. 무라타는 시네마현 소재 이즈모시 공장에 470억엔을 투자해 10층 규모 MLCC 공장을 신규 설립하고 내년 가동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중국·태국·필리핀 등에도 생산거점을 확보해 MLCC 글로벌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이에 삼성전기는 MLCC 중에서도 AI 서버·전장용 등 차세대 MLCC 개발과 공급에 주력할 방침이다. AI 서버용 MLCC에서는 무라타가 45%, 삼성전기가 약 40% 점유율을 갖고 있어 선두권에 올라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앞으로도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휴머노이드 로봇, 혹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MLCC의 필요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결국 얼마나 기술적인 차별화를 가져갈 수 있을지에 따라 점유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나 중국 업체들은 가성비를 무기로 쫓아오고 있기 때문에 투자를 얼마나 공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1위와 격차는 좁히고 추격전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4조원 넘고 의존도 심화·상환 여력은 '축소'
다만, 삼성전기는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투자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단기차입금은 5000억원 이상 증가했으며 부채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섰다. 이자보상배율도 낮아지며 채무상환여력도 떨어졌다.
삼성전기는 지난 3년간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7%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 3년간 영업이익률은 2022년 12.55%에서 2023년 7.43%으로 급감하고, 지난해 7.14%로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7.49%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7.62%보다는 소폭 감소했다. 영업활동순현금흐름도 올해 상반기 674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8957억원보다 24.74% 감소하면서 현금창출력은 다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의 취득을 뺀 잉여현금흐름(FCF)도 4236억원에서 2294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부채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부채총계는 지난 3년간 3조원대에 머무르다가 올해 상반기 4조1851억원을 기록해 4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22년 3조3037억원에서 2023년 3조6275억원, 지난해 3조7765억원으로 증가한 결과다. 부채비율은 2022년 42.94%, 2023년 45.17%, 지난해 41.89%를 기록했다가, 올해 상반기 46.42%로 상승했다. 100%를 넘지 않아 안정권에 속해 있지만 50%에 가까워졌다.
특히 단기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1조829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1조3138억원에서 5157억원 늘어났다. 매출채권으로 인한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말 708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1106억원으로 56.80% 늘어난 가운데 나머지 일반 차입금도 지난해 말 605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7189억원으로 18.73% 늘었다. 총차입금도 지난해 말 1조557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986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같은 기간 총차입금의존도는 12.18%에서 15.05%로 상승했다.
아울러 이자보상배율은 감소세가 나타났다. 2022년 25.54에서 2023년 9.76으로 급감하더니 2024년 10.11로 올랐다가 올해 상반기 다시 9.07로 떨어져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넘어 빚을 갚을 능력은 충분하지만, 이전보다는 채무상환능력이 다소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전년 대비 매출증가로 매출채권이 증가해, 매출채권이 단기차입금으로 표기되어 증가했다. 일반 차입금도 늘었지만 소액이고 법인 운용자금 정도"라며 "상세한 자금조달 계획은 답변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