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퇴임' 정완규 여신협회장…숙원 과제 차기로

카드수수료·공정경쟁·종지업 과제 산적

입력 : 2025-09-11 오후 2:30:06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이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두고 산적한 과제를 풀어내지 못하면서 '빈손 퇴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임 당시 규제 개선과 수익성 제고 등을 내세웠지만 경기 악화와 맞물려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정 회장은 정부와 소통에 강점을 가진 관료 출신이었지만 업계에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입니다. 
 
11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내달 5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납니다. 정 회장은 2022년 10월 취임사를 통해 △적격 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 △업권 간 동일 업무-동일 규제 △자회사 출자 범위 및 겸영·부수 업무 확대 △금융 데이터를 이용한 사업 △해외 금융시장 진출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정 회장은 적격 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여러 차례 개선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말 카드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하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다시 악화했습니다. 재산정 주기는 3년에서 6년으로 늘어났지만, 그만큼 인하된 수수료율이 6년간 고착돼 손대기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카드수수료율 인하 여파로 카드사들의 상반기 실적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전업 카드사 당기순이익은 지난 상반기 기준 1조22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줄었습니다. 총수익 중 카드 할부 수수료 수익은 714억원 늘었으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3000억원가량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습니다. 
 
카드사와 핀테크사 간 불균형 문제로 지적돼온 '동일 업무-동일 규제'도 공염불에 그쳤습니다. 핀테크사는 전자금융업자로 전자금융업법(전금법)의 규제를 받고 있는 반면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자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적용을 받습니다. 여전법은 전금법보다 규제 강도가 강하고 범위도 넓어 카드사 신사업 진출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카드수수료율이 인하될 때도 핀테크사는 전금법 적용을 이유로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카드사들은 매년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습니다. 
 
'지급전용 결제계좌' 사업 역시 카드업계의 숙원 과제지만 제자리걸음입니다. 카드사가 직접 지급전용 결제계좌를 운영할 수 있게 되면 은행에 지불하는 수수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카드사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논의는 한국은행과 은행권의 강한 반발로 진척이 더딘 상황입니다. 
 
이 밖에도 카드사 부수 업무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해외 금융시장 진출, 금융 데이터 사업 등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정 회장이 취임사부터 2024년 신년사까지 강조했던 규제 완화 목표는 2025년 신년사에서는 결국 빠졌습니다. 최근 카드사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규제 완화보다 내부통제 강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큼직한 숙원 과제를 결국 해소하지 못한 건 아쉽다"면서 "취임 당시 관 출신으로 기대가 많았는데 산적한 과제가 다음 회장으로 고스란히 넘어가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정 회장 임기와 김주현 전 여신협회장의 금융위원장 재직 기간이 겹치면서 업계에서는 숙원 과제를 해소할 '절호의 기회'로 기대했지만 두 사람의 시너지는 끝내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만큼 규제 완화 자체가 애당초 쉽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른 관계자는 "상생 금융을 앞세우는 정부가 카드사 수익성에 큰 관심이 있지 않다"면서 "혁신금융으로 나온 핀테크사를 밀어주지, 카드사가 잘되게 밀어주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음 협회장이 오더라도 숙원 과제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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