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은 11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종가 기준 최고치마저 새로 쓰며 마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증시가 즉각 화답한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에 대한 심리를 안정시키고, 증시를 활성화하겠다는 이재명정부의 정책 일관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식시장 활성화는 새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며 "양도세 대주주 기준이 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면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야 모두 현행 유지 의견을 내고 있어 50억원을 반드시 10억원으로 낮출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말 세제 개편안을 통해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세 형평성과 세수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시장은 대규모 매도 압력과 증시 위축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개편안 발표 직후 코스피는 3100선 박스권에 갇히며 한 달 넘게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당시 "세제 개편안이 현재 안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수급 모멘텀이 둔화하고 연말까지 수급 유출이 우려된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두고 대체로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 평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주주 기준을 유지한 것은 증시에 긍정적 신호로, 정책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며 "코스피 5000이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고, 글로벌 증시와 기업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으로 낮추려던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발상"이라며 "50억원 유지가 투자자 눈높이에 맞는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 신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이어졌습니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대주주 기준을 유지한다고 시장 신뢰가 자동 회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투자자 심리를 안정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과의 소통이 이어진다면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쉬움도 지적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세제 개편안이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이미 코스피는 3500~3600에 도달했을 것"이라며 "정책 타이밍이 늦어진 것은 시장 신뢰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일단 증시 활성화라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은 넘어서지 못했다고 본다"며 "대주주 기준 50억원을 유지하는 것에는 긍정적 입장을 내놨지만, 그 결정권을 국회로 돌린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습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을 상징적 이벤트로 보면서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됐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주 양도세 논란은 시장이 이미 소화한 이슈였고 장기 랠리 여부는 결국 기업 실적과 글로벌 유동성에 달려 있다"며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책 메시지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혼선이 반복되면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