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LG화학이 업계 전반에 드리운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리밸런싱과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1년부터 친환경 소재·이차전지 소재·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하는 동시에, 석유화학 부문 비중을 점차 줄이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유동화와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LG화학 구미 양극재 공장(LG-HY BCM). (사진=LG화학)
최근 LG화학은 배터리 등 이차전지 소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9일 구미 양극재 공장에 일본 토요타통상이 2대 주주로 합류하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 대응을 위한 지분 구조를 확보했습니다. 기존에는 중국 화유코발트가 지분 49%를 보유해 IRA 규제 대상이었으나, 토요타통상의 참여로 화유코발트 지분이 24%로 줄어들면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아울러 2023년 착공한 LG화학의 미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 건설도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연간 6만톤(t)의 생산능력을 갖춰 미국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인 테네시 양극재 공장은 북미 고객사 전용 공장으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 공장은 내년 하반기 가동 예정입니다.
설비투자 규모도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의 설비투자금은 전체 연결 기준 약 14조7799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12조5000억원이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배터리 셀 생산 설비 증설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동종업계 투자액 2위인 한화(6조9749억원)의 2배 이상입니다.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 규모도 지난해 같은 기간 7조3384억원에서 7조6815억원으로 소폭 늘었습니다.
또 LG화학은 3대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인 친환경 소재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탈리아 에니(ENI)와 합작해 ‘엘지에니바이오리파이닝’을 세우고, 지난해 8월 충남 서산에 국내 최초 수소 처리 식물성 오일(HVO) 공장을 착공했습니다. 이 공장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지속가능항공유(SAF)·바이오디젤·바이오 납사 등 저탄소 연료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바이오 부문에선 항암과 당뇨·대사 영역에 집중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회사는 2030년까지 FDA 승인 신약 5개 상용화를 추진하며, 향후 5년간 약 2조원을 생명과학 R&D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 항암제 전문 기업 아베오(AVEO)를 인수해 FDA 승인 항암제 ‘포티브다(FOTIVDA)’를 확보했습니다. LG화학은 항암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유망 신약 물질 도입도 검토 중입니다.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입니다. 회사는 GS칼텍스와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을 논의 중이며, 여수 NCC 공장을 GS칼텍스에 매각한 뒤 합작사를 설립해 공동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수익성이 낮고 노후화된 경북 김천과 전남 나주 공장의 설비를 여수 공장으로 일원화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비핵심 자산 매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처리 필터 사업을 1조4000억원에 매각했고, 에스테틱 사업 역시 20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또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을 통해 추가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이처럼 신사업 투자와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병행한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올해 상반기 9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같은 기간 86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그룹 전체 실적을 방어했습니다. LG화학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재편해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강화하겠다”며 “동시에 신사업을 키우고 기존 사업의 수익 구조를 개선해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