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공화국' 대한민국, 교육복지 관점으로 손봐야"

'임혜자의 야단법석'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 특별대담
"고교학점제, 교육개혁 '트로이 목마'…공교육 살릴 것"
4세·7세 고시?…사교육 시장 규제 필요성

입력 : 2025-10-09 오전 11:25:06
 
[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우리나라가 '시험 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네 살부터 영어유치원 입시를 준비한다는 이른바 '4세 고시'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요. 학벌 중심 사회가 미래세대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교육정책을 교육 복지 관점에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시작해 30년간 교육계에 몸담은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가 출연했습니다. 성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의 수정과 보완, 그리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적극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가 지난 2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고교학점제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입니다. 진로 탐색과 맞춤형 학습을 통해 공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올해 전국 고교 1학년부터 전면 시행됐습니다. 다만 현재 입시제도와 간극이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교사 인력 부족으로 다양한 과목 개설이 어렵고, 최소성취기준(40%) 규정이 학교 현장의 부담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성 교수는 "고교학점제는 교육 개혁의 '트로이 목마'"라며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국제고 등 학교 간 다양화가 아닌 학교 내부에서 교육과정을 다양화해 공교육의 제 기능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문제와 관련해선 "고교학점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다양화하고 질적 제고와 미래 역량을 향상시키는 교육과정"이라면서 "최소성취기준 제도를 당분간 유예하고 대입 제도를 고교학점제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4세·7세 고시…사교육 규제 필요성 제기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왼쪽)가 지난 2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조기교육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리는 조기 사교육 과열 현상에 대해선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앞서 올해 초 선행학습을 법으로 규제하는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돼 시행됐습니다. 다만 법안에는 선행학습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성 교수는 "기업형 사교육 업체들이 선행학습 연령대를 계속 낮추고 있다"며 "과도한 경쟁이 학력 중심 사회를 고착화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학습이 아닌 '학습노동' 같은 사육식 교육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어긋난다"면서 "사교육 시장에도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성 교수는 특히 사교육 시장 과열이 출산율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사교육에 비용을 지불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지나치게 경쟁시켜 적성과 관계없이 성적 중심으로 교육시키는 게 문제"라면서 "무한 경쟁 분위기에서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면 출산을 피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경쟁시키는 분위기를 줄이고 국가가 보호하고 지원하는 '교육복지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성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서울 중심의 입시 경쟁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정책은 이재명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 과제로, 단순히 물리적으로 서울대를 10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구상된 정책입니다. 
 
성 교수는 "정책 기획 당시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서울대는 5800만원 정도인데 전남대 등 지방대학은 2700만~2800만원 정도로 두 배가량 차이 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재정 지원 수준을 끌어올려 서울대 수준으로 지방국립대학을 끌어올리는 방안과 학력 공동학위제를 도입하는 방안, 프랑스 파리대학처럼 서울 1대학, 2대학 등으로 10대학까지 바꾸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지역 균형 발전과 관련해선 "캠퍼스별 특화 방안을 통해 지역 대학 진학 기회를 확대하면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고 국토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윤석열정부 '교육 내란'…후유증 회복 필요해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왼쪽)와 임혜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성 교수는 윤석열정부의 교육정책을 '교육 내란'이라고 규정하며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김건희 특검에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교육계에 극우 성향 인사들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 기관 수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부정부패의 온상이 됐다"면서 "자격 없고 검증되지 않은 특정 집단이 정부 기관장 자리로 스며들어 아이들의 사상과 사고를 관장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뉴라이트 교과서 문제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가 그랬고, 리박스쿨 사건도 있었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성 교수는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교권 보호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고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교사 수를 늘려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사에게 정치 기본권을 돌려주고 학생과 사회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혜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교육정책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이라며 "4세 고시가 없는 세상,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 공교육이 살아 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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