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시스노바 간 ‘스마트 플랫폼 사업’ 관련 민사소송 1심에서 법원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양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앞서 KAI와 시스노바는 스마트 플랫폼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이 중단되면서 시스노바는 미지급 용역 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KAI는 시스노바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KAI는 이 과정에서 내부 임직원들에게도 부실 추진과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별도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법원이 양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면서 KAI 사무노조는 회사의 손해배상 소송 역시 근거가 없다며 취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주센터. (사진=KAI)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창원지방법원은 KAI와 시스노바 간 ‘스마트플랫폼 및 정보관리시스템 구축사업’ 관련 1심 민사소송에서 양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시스노바가 미지급 용역과 관련된 성과물을 제출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으며, KAI가 제시한 손해배상 청구액 379억원에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스마트 플랫폼 사업은 KAI가 추진한 대형 디지털 전환 사업입니다. KAI는 자체 제조 체계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플랫폼 기반 생산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2021년 7월 시스노바에 시스템 구축·관리·운영 업무를 5년간 위탁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9월 취임한 강구영 당시 KAI 대표가 취임 직후 해당 사업에 대한 특별 점검을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과제가 부실하게 이행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같은 해 말 사업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이후 양측의 법적 분쟁이 본격화했습니다. 시스노바는 미지급 용역 대금 58억원(부가가치세 포함)과 계약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KAI는 이미 지급한 497억원 가운데 산출물 감정가액이 118억원에 불과하다며 차액 379억원을 부당이득금으로 보고 반환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양측의 청구를 모두 근거 부족으로 기각했습니다. 시스노바의 미지급 용역 대금 및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미지급 개별 계약에 따른 산출물을 모두 제출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후속 개별 계약 체결이 KAI의 의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KAI의 부당이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산출물 감정가액은 추정치에 불과하며, 지급된 용역 대금과 감정가액의 차액이 하자 보수 비용이라고 볼 법적·증거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노동조합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가운데)이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박혜정 기자)
KAI는 시스노바와의 소송과 별도로 내부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법적 대응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3년 5월에는 스마트 플랫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약 100억원 규모의 횡령과 배임을 저질렀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2024년 9월에는 업무방해 혐의로 추가 고소를 진행했습니다. 지난달 2일에는 사업 기획과 실행, 관리·감독 소홀 등을 이유로 민사소송도 제기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KAI는 해당 직원들에게 회사가 입은 피해액과 동일한 37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실제 법원에 제출된 소장에는 청구액이 5억원으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시스노바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에만 내부 직원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는데,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이 진행됐다”며 “이번 판결로 KAI 청구가 기각된 만큼, 회사는 직원 대상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KAI는 “이번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직원 대상 손해배상 소송은 379억원 규모가 아닌 5억원 규모로 제기됐으며, 진행 중인 수사 결과에 따라 최종 금액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