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희토류 카드에 한국 ESS 반사이익 ‘흔들’

중국 ESS 40.9% 관세 부과 중
낮아지면 K배터리 경쟁력 위태

입력 : 2025-10-10 오후 2:57:58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며 통상 압박에 나섰습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로, 중국이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삼을 경우 미중 간 관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히 관세 조정으로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에 부과된 고율 관세율이 완화되면, 그간 반사이익을 누려온 한국 배터리 업계의 미국 시장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현재 미국은 중국산 ESS 배터리에 40.9%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관세 장벽 덕분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미국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와 약 6조원 규모의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SK온은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희토류를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해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을 발표하며, 해외에서 생산되는 전략 광물 제품에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되거나 중국 기술이 적용된 경우 상업·군용 물품 모두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사실상 희토류를 무역 협상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3주 앞두고 이런 조치를 내놓은 것은, 미국의 관세 완화나 기술 규제 완화 등 유리한 협상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업계는 만약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통해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고율 관세를 일부 완화할 경우, 한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어 단기적으로 큰 타격은 없겠지만서도 관세율이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현재 누리는 반사이익은 줄어들 것”이라며 “중국의 희토류 조치가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중국의 관세율이 내려가면 가격 경쟁력이 지금보다는 불리해져 국내 업체들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다만, 관세 이외 수주를 따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지원되는 보조금 등에 대한 제재 조치도 완화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미중 간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쥔 ‘반사이익 방패’ 유효기간이 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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