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참관)국무위원들이 증언한 계엄 당일 ‘졸속’ 국무회의

한덕수 재판서 안덕근·조규홍 증인 출석해
“나도 최선 다했다” 한덕수의 공허한 주장

입력 : 2025-10-20 오후 5:32:37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국무위원들의 증언이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서 나왔습니다. 정족수 채우기에 급급해 비상계엄 선포 회의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탓에 비상계엄 해제 회의가 늦어졌단 겁니다. 한 전 총리 측은 비상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지만, 한 전 총리가 적극 반대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20일 한 전 총리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3차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이날 비상계엄 당시 국무위원이었던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두 사람의 증언을 종합하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는 정족수 채우기에 급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퇴근 후 강의구 전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으로부터 “지금 대통령실로 빨리 들어올 수 있느냐”고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하니 밤 10시30분인 걸 알고선 시간이 늦어 택시 타고 대통령실에 가던 중 “회의가 끝났으니 귀가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국무회의 정족수가 채워지자 다른 국무위원들이 도착하기 전 회의를 끝낸 겁니다. 이후 라디오에서 윤석열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걸 듣고서야 안 전 장관은 “개그 프로그램을 하는 건가 생각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전 장관 역시 강 전 실장으로부터 같은 전화를 받고 대통령실로 출발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가는 길에 강 전 실장이 세 차례 더 전화해 “어디까지 왔느냐, 좀 빨리 와달라”며 재촉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오후 10시15분쯤 용산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도착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이미 대통령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씨가 ‘경제가 어려워 대통령으로 해야 할 조치를 했다’는 취지로 계엄 필요성을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로부터 1분 뒤 오영주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도착하면서 국무회의 정족수 11명이 채워졌고, 2분 만에 윤씨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대접견실을 나갔습니다. 
 
한 전 총리 측은 그간 여러 차례  윤씨의 비상계엄을 저지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열었다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더 많은 국무위원들이 윤씨에게 반대 의사를 표시할 자리를 마련했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국무회의에서 윤씨를 적극적으로 말린 사람은 없었다는 게 조 전 장관 증언입니다. 
 
조 전 장관은 특검이 “한 전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면전에서 직접 비상계엄을 반대하는 걸 본 적 있느냐”고 묻자 “3분이 좀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대통령이 (비상계엄) 취지를 짧게 설명했을 뿐 다른 참석자의 논의나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윤씨를 제지하는 행동이 없었느냐는 취지의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을 모아서 의견을 밝힐 기회를 줬는지 묻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13일 2차 공판기일에서 비상계엄 국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묻는 재판장장의 심문에 “국무위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은 국무회의를 통해 본인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한 전 총리에게 따지듯이 ‘왜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안 말리셨습니까’라고 말했다”며 “최 부총리가 예의에 어긋날 정도로 말해서 깜짝 놀랐고 한 전 총리는 ‘저도 최선을 다해 만류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특검은 “대통령실 폐쇄회로TV(CCTV)를 보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을 말리는 장면을 찾을 수 없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정족수 4명 남았다고 손가락을 펴 보이며 한 전 총리와 협의하는 모습,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붙잡아서 단전·단수 문건으로 보이는 서류를 보며 협의하는 모습만 보인다”며 “이런데도 한 전 총리는 ‘나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회의가 졸속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해제 회의가 늦어졌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안 전 장관은 “비상계엄 해제에 왜 시간이 걸린지 아느냐”는 재판장 심문에 “왜 이렇게 늦어지냐고 한 전 총리가 타박하는데 담당관이 ‘안건 번호조차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장이 “계엄 선포 전에 국무회의가 절차 없이 진행돼 안건 번호를 확정할 수 없어 어떻게 할지 못 정한 게 아니냐”고 묻자 “맞다”고 답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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