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버핏 픽은 옳았다…이번에도?

셰브론 대량 매수…버크셔 포트 5위 직행
옥시덴탈 이어 ‘석유’ 관심 재확인
애플·BYD·일본상사 등 버크셔 힘준 투자 거의 성공

입력 : 2025-10-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버크셔 헤서웨이가 모처럼 주식을 대량 매수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매수한 종목은 글로벌 정유·화학기업 셰브론입니다. 옥시덴탈에 이어 화석연료 업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굵직한 투자에서 대부분 좋은 성과를 낸 버크셔 헤서웨이의 과거 이력을 보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옥시덴탈→옥시켐→셰브론’ 딴 거 팔아도 정유화학엔 투자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The Motley Fool)이 버크셔 헤서웨이가 셰브론(종목기호 CVX) 주식을 약 5억2000만달러어치 매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미 증권거래위원회 공시(EDGAR)를 참고할 경우 최근 추가 매수 공시는 없었기에 보도 내용은 지난 6월 말 기준 즉 2분기에 345만주를 매수했다는 공시를 토대로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셰브론은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는 단계에서부터 최종 화학제품을 만드는 것까지 업스트림(up-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을 모두 영위하는 미국 기업입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셰브론 매수를 시작했습니다. 그해 다시 투자 지분을 절반으로 줄이기도 했으나 2021년 말부터 재매수를 시작했고, 2022년엔 1분기에만 1억2100만주를 사들였습니다. 그 뒤로는 보유 주식을 조금씩 내다 팔다가 지난 분기에 다시 대량 매수한 것입니다. 모틀리풀은 추가 매수의 배경을 동종 업체 대비 낮은 주가수익비율과 안정적인 배당으로 풀이했다. 
 
그 결과 현재 셰브론이 버크셔 포트폴리오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6.79%에서 7.67%로 증가, 전체 투자종목 중 5위에 올랐습니다. 셰브론 주주 지분율로는 6.99%입니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애플(AAPL), 아메리칸익스프레스(AXP),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코카콜라(KO), 셰브론 등 상위 5개 종목에 70%가 집중돼 있음을 감안하면, 이 투자는 버크셔 헤서웨이가 셰브론에 상당한 무게를 실은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다시 조금씩 내다팔지 추가 매수로 지분을 늘릴지 여부는 다음 달 중순 공개될 3분기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아니라도 버크셔 헤서웨이가 현금비중을 늘리는 와중에도 옥시덴탈 주식을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26.91%까지 늘리는가 하면 최근엔 옥시덴탈로부터 화학업체 옥시켐을 97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정유화학업에 관심이 크다는 사실은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규모 투자 큰 성공 ‘학습 효과’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 2분기에도 애플 주식을 2000만주나 팔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많이 투자한 까닭에 이번 매도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25.76%에서 22.31%로 줄었을 뿐 여전히 보유 비중으론 애플이 가장 큽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2016년 애플 주식을 처음 매수하기 시작해 현재 평균 매수가격이 주당 40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가 259달러와 상당한 차이입니다. 
 
워렌 버핏이 이끌던 시기 버크셔 헤서웨이는 저평가된 우량 자산이라면 국경을 넘어 어디라도 찾아가 투자했습니다. 2020년에 일본 5대 상사들의 주식을 고루 대량 매수해 엄청난 평가이익을 기록 중이고 이후 지분율을 크게 늘려 화제가 됐지만, 그전에도 2008년 찰리 멍거 부회장의 권유로 중국의 전기차업체 비야디(BYD) 지분 10%를 매수하는 등 넓은 발을 자랑했습니다. 올해 1분기 버크셔 헤서웨이의 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에너지(BHE)가 낸 보고서에 비야디 투자 항목이 ‘0’으로 바뀌어 오랜 투자가 종료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마지막 매도수익률은 무려 4500%에 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이렇게 주요 종목들을 대거 매도하면서 현금비중을 크게 높인 상태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시장 관계자들은 대부분 현재 미국 증시가 고평가됐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해석하지만, 워런 버핏의 은퇴에 맞춰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를 재조정하는 과정으로 풀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워렌 버핏의 후계자인 그렉 아벨 등이 이미 버핏을 대신해 투자를 주도한지 오래돼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일본 상사들에 대한 지분을 각각 9.9%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그렉 아벨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할 부분은 버크셔 헤서웨이 경영 체제 변화 유무가 아니라 버크셔 헤서웨이에 있어 흔치 않은 대규모 투자입니다. 셰브론 투자 비중을 5위로 대폭 끌어올린 만큼 미국의 정유·화학 업황과 셰브론 및 동종 업체들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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