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수사한다더니…제 식구 감싼 공수처

29일, 채상병 특검에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 출석…'직권남용·위증' 혐의
채상병 특검, 공수처 정조준…오동운·이재승 등 공수처 수뇌부도 직무유기 혐의
'고위공직자 공정 수사' 공수처 설립 취지에 정면 배치…'내부 감시 기능' 마비?

입력 : 2025-10-29 오후 3:48:49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정작 내부 검사 비호에 급급하며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라는 지적입니다.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검사는 29일 채상병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습니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채 해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관련 질의 과정에서 위증을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위증 의혹을 공수처 내부가 인지하고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공수처는 이른바 검찰의 '셀프 면죄부' 관행을 끊기 위해 출범했지만, 정작 내부 감시 기능이 마비된 채 검사 비호에 나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특히 조직 수뇌부인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등도 해당 고발 무마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공수처의 '공정한 고위공직자 수사'라는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 전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19분쯤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습니다. '윤석열씨 관련 영장 청구를 왜 막았는지', '수사 외압을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판단한 근거가 뭔지', '제대로 수사 안 해보고 이런 판단 가능하다고 본 건지', '구명 로비 의혹에 대해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연루 사실 뒤늦게 알았다는 입장은 그대로인지' 등 취재진 질의가 쏟아졌지만, 송 전 부장검사는 "(특검에) 가서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습니다. 
 
먼저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특검은 송 전 부장검사가 채 해병 사망사건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6월 대통령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윤씨 개인 휴대전화와 대통령실 내선 번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정황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가 오 처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압수·통신영장 관련해 결재할 수 없고, 결재 라인에서 배제하면 사표를 내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송 전 부장검사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법사위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건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말해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위증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송 전 부장검사는 당시 공수처 차장 대행을 맡고 있었고,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해 이 전 대표를 변호한 이력도 있습니다. 
 
문제는 공수처가 송 전 부장검사의 지난해 고발 건을 접수하고도 대검찰청에 1년간 통보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박석일 전 수사3부장검사가 송 전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결론 내린 보고서를 작성했고, 오 처장은 이를 보고 받고도 대검 통보를 미룬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까지 제기된 상황입니다. 특검팀은 이에 고발 무마 의혹 건 관련 오 처장·이 차장·박 전 부장검사 모두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렸습니다. 공수처법 제25조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찰청에 통보해야 합니다. 
 
익명의 변호사는 "이런 의혹은 '고위공직자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설립 취지에 완전히 반대되기 때문에 사실 관계 따지기 이전에 (의혹이) 불거지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이라며 "당시 공수처 설립 이유에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같이 갖고 있어 내부 감찰이 안 된다며 '제 식구 감싸기', '셀프 면죄부' 비판도 기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면 비슷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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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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