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소고기 경쟁 우려에 30년 과학 '한우 품질↑'

CPTPP 가입 땐 일 소고기 경쟁 불가피
30년 과학이 빚은 한우 품질 '경쟁력'
축산과학원, "영향은 크지 않다"
"개인당 소비량은 화우보다 훨씬 많아"
"한우만의 육즙·풍미는 화우하고 차이 있다"

입력 : 2025-10-29 오후 3:35:5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재검토 의사를 밝힌 가운데 협정국 중 하나인 일본의 대표 소고기 브랜드 '화우'와 케이(K)-푸드 한우 간의 고급육 정면 승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합니다. 하지만 한우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내 유일의 한우 전문 연구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 측은 30년간의 과학기술 축적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높여온 만큼, 품질 경쟁에서 한우의 승산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윤호백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K-브랜드 한우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한우와 일본 화우 간의 고급육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CPTPP는 관세 철폐율이 95% 이상인 초고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을 의미합니다. 한국이 가입할 경우 일본산 소고기의 관세(현행 40%)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한우와의 전면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윤호백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한우연구센터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열린 K-브랜드 한우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한우와 일본 화우 간의 고급육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출처=농촌진흥청)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화우(와규)의 브랜드화를 통해 미국·호주산과 차별화된 고급육 시장을 선점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개방 이후 '품질 중심'의 한우산업 전략으로 K-푸드 브랜드를 알리고 있습니다. 
 
윤호백 센터장은 한우는 일본 화우보다 부드럽고 느끼함이 덜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화우는 마블링이 풍부하지만 지방 함량이 과도해 느끼하다는 평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우는 단백질과 지방의 균형이 뛰어나 감칠맛이 강하고 부드럽지만 담백한 것이 장점입니다. 
 
한우의 등심 지방함량은 100g당 10.7g에서 14.3g으로 33.6% 이상 증가했습니다. 실제 먹을 수 있는 살코기 비율(정육률)은 36.4%에서 38.8%로 상승했습니다. 육즙을 잘 유지하는 성질(보수력)도 약 21% 증가해 육즙이 풍부하고 풍미의 지속력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현행 한우와 일본 화우 간의 경쟁력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값이 마련돼 있지 않지만, 한우 소비량이 지방함량이 많은 화우보다 훨씬 많게끔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윤호백 센터장은 "화우 프리미엄 고기하고 한우의 프리미엄, 즉 1++ 고기하고의 지방 함량 차이는 굉장히 크다. 예를 들어 화우 같은 경우 가장 좋은 등급의 고기가 지방 함량이 거의 30%를 넘어가는 수준이고 한우는 14% 정도 됐을 때 최고 마블링을 나타낸다. 그 간격에서 식품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화우의 경우에는 많이 먹기보단 가볍게 소량으로 섭취할 수 있는 고기라고 본다면 한우는 구이 문화이기 때문에 굽는 과정에서 또 지방이 일부 녹아 줄어들고 대신 풍미를 올려준다. 한 번 식사하실 때 등 개인당 소비량은 화우보다 훨씬 많게끔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성향에 따라 선호하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화우 프리미엄 고기가 들어온다고 해도 한우만의 육즙, 풍미는 화우하고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어떤 영향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축산과학원이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보면, 6개월령 체중은 144.7kg에서 157.7kg으로, 생체중은 575.5kg에서 756.3kg으로 증가(31.4%)했습니다. 
 
 
김진형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직무대리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한우의 유전능력 개량과 정밀 사양 기술 등 축산과학 기술이 한우 품질 혁신에 기반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근내지방도(마블링)는 3.62에서 5.10으로 개선됐다. 특히 16개월령 이후 근내지방이 빠르게 형성돼 30개월령에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이는 성장 단계별 영양 관리와 사양기술의 정밀화가 품질 고급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1990년대 말 한우 고기 품질 고급화를 위한 개량 체계로 전환한 데다, 2017년에는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씨수소 선발 기법을 도입, 평가 정확도를 5~11%포인트 높인 바 있습니다. 
 
2020년부터는 농가 암소 대상 '유전체 유전능력 분석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혈통 정보 기반일 때 40%였던 농가 보유 암소의 유전능력 예측 정확도를 20%포인트 끌어올렸습니다. 
 
이를 통해 암소 선발 효율과 출하 수익이 함께 높아지면서 연간 경제적 효과는 약 1130억원으로 추정한다는 게 축산과학원 측의 설명입니다. 이 외에 한우 성장 단계에 따른 영양 수준을 세분화한 맞춤형 사양 관리 체계와 쌀겨·맥주박 등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섬유질배합사료(TMR) 기술 등도 대표적 성과로 지목됩니다. 
 
김진형 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부장은 "한우의 고급화는 지난 30여년간 축산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 연구와 데이터가 실제 한우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축산물 고급화는 물론, 비육 기간 단축, 탄소중립 실현 등 지속 가능한 축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진형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직무대리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한우의 유전능력 개량과 정밀 사양 기술 등 축산과학 기술이 한우 품질 혁신에 기반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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