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여야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과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퇴를 놓고 충돌했습니다. 민주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을 '무정쟁 주간'으로 선언하며 외교 이슈 부각에 나섰습니다. 무정쟁 주간이 무색하게도 국회에선 여권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야당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배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여야, '김현지 국감' 줄다라기…증인 채택 '불발'
국회 운영위원회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국감 증인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었습니다. 김 실장을 포함한 일반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이어간 끝에 합의 불발로 기관 증인만 채택됐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김 실장의 국감 출석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민주당은 대통령실 국감 당일 오전 혹은 오후 1시까지 김 실장의 출석이 가능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김 실장 옹호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정상 출석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애지중지 현지, 그 사람이 도대체 뭔가"라며 "진짜 실세는 자기가 실세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통령실 진짜 실세는 김현지인 것 같다"고 김 실장 출석을 압박했습니다.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은 김 실장의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에 대해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의원은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대법원장은 그렇게 불러내서 조롱하고 호통하면서 왜 1급 비서관은 오는 걸 쩔쩔매고 눈치를 보느냐"며 "(김 실장이) '서열 0위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정쟁을 만들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나무랐습니다. 김기표 의원은 "이 대통령이 너무 잘하고 있는 걸 국민의힘 의원들도 인정할 것이다. 하기야 누가 해도 윤석열보다 낫다"면서 "대통령 부부에 대해 할 말이 없으니 잘 알려지지 않은 대통령 참모 하나를 끄집어내 제1야당에서 총력을 다해 언론 플레이하고, 온갖 음해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채현일 의원은 "야당의 무더기 증인 요구와 스토킹 수준의 증인 요구는 국정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정쟁하겠다는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며 "김 실장의 배우자까지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것은 선을 넘는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힘, '최민희 사퇴' 촉구…민주 "국감 이후 정리"
이날 종합국감을 실시한 국회 과방위에서는 최 위원장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쏟아졌습니다. 최 위원장은 MBC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편파 보도를 문제 삼으며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한 데 이어 국감 기간 국회에서 결혼식을 치른 딸의 축의금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최 위원장을 과방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앞으로는 의원으로 부르겠다"며 "국민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도 반성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후안무치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박 의원은 '최 위원장의 잘못 18가지'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당 최수진 의원은 "최 위원장의 피감기관에 대한 축의금 수금, 언론·직원 갑질 등으로 정상적인 국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모든 사안에 대해서 산하 피감기관과 기업 국민들한테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과방위 직원들의 과로 문제와 자료 요구 내용 도용 의혹 등을 제기하며 최 위원장에게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오전 국감 도중 최 위원장 자리로 몰려 가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국감장 밖에서는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들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최 위원장을 갑질로 신고하려고 했고,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야당 공세에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국감을 위원장 혼사로 물타기 하려는 것이냐"고 직격했습니다. 최 위원장 딸의 결혼식 날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양평)이 양평군청 인근에서 아들 결혼식을 치른 것을 언급하며 "피감기관 화환이 줄줄이 서 안에다 못 세우고 밖에다 세웠다고 한다"며 "필요하면 여야 전수조사를 하자"고 응수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국감이 끝나면 지금 하신 모든 문제 제기에 대해 사실만 확인해 페북(페이스북 글)을 올리겠다"며 짧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APEC 기간에 최 위원장을 둘러싼 잡음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당 지도부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과방위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 증인을 퇴장시킨 일에 대해서 정청래 대표가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상임위원장(최민희)과 직접 통화했다"며 "이것 자체가 당 지도부의 염려, 국민의 염려를 전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경위 파악 결과와 향후 지도부의 조치는 국감이 끝난 이후에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볼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리하는 과정은 있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