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SK에코플랜트가 중단됐던 기업공개(IPO) 절차를 다시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부 리벨런싱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최근
NH투자증권(005940)을 대표주관사로 상장 재추진에 나섰습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공동 대표주관사로,
삼성증권(016360)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합니다.
IPO 재추진은 최근 주관사 대표단과 SK에코플랜트 실무진 간의 직접 협의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공식화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상장 절차를 다시 가동했으며 그룹 차원에서도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도 "예심 청구 전 단계이긴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멈췄던 상장 절차가 다시 본격화하는 분위기"라며 "김영식 신임 사장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외 경제 상황과 증시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심 청구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IPO를 위한 대표 주관사로 NH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크레디트스위스 부도 사태로 글로벌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BoA가 새롭게 주관사단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CS 사태 여파로 주관사 구성이 일부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본래 SK건설에서 출발해 폐기물·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환경 계열사를 흡수하며 친환경 중심의 사업구조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확장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기 위해 내부 리벨런싱(사업 재편)에 착수했고, 이 과정에서 상장 일정이 일시 중단됐습니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정과 AI 인프라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공장 신·증설, SK머티리얼즈 계열 설비공사 등 그룹 내 일감을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내달에는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개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입니다. 이들의 연간 매출은 합산 약 3500억원 규모로 SK에코플랜트의 '하이테크 리벨런싱'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10월30일,
SK하이닉스(000660)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양산 체계를 구축한 김영식 양산총괄이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습니다. 김 사장은 SK하이닉스 내 'HBM 생산 체계'를 이끌었던 반도체 전문가로 이번 인사는 SK에코플랜트의 하이테크 리벨런싱과 IPO 성공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SK에코플랜트가 IPO를 다시 서두르는 이유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계약 때문입니다. 회사는 2022년 FI들로부터 약 1조원을 투자받으면서 '2026년 7월까지 반드시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만약 상장이 늦어질 경우 투자자에게 매년 높은 배당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첫해 배당률은 5%지만 매년 3%포인트씩 올라갑니다. IPO가 미뤄지면 회사뿐 아니라 최대주주인
SK(034730)에도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연구원은 "SK에코플랜트의 상장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이미 계약상 시한이 정해진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재무 구조는 여전히 부담입니다. SK에코플랜트의 올 상반기 기준 단기차입금은 2조3000억원, 유동성 장기부채는 2조5700억원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4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장기차입금과 사채까지 합치면 전체 부채는 6조원을 넘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회사채 만기가 몰려 있어 차환(빚 갚기 위한 재발행)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계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금융감독원은 SK에코플랜트가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의 매출을 부풀려 잡은 혐의로 감리를 벌였고,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회사에 과징금 54억10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이 같은 회계 이슈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평가 항목에 반영될 수 있어 부담 요인으로 꼽힙니다.
재무와 윤리경영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시장에서는 AI 인프라·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경우 IPO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리밸런싱을 진행하며 자본시장 복귀를 준비 중인 가운데 SK에코플랜트가 내년 상반기 그룹 IPO 재개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