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청주지법은 최근 음식점 직원의 실수로 손님이 화상을 입었다면 음식점 주인도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화상을 입은 손님이 음식점 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인정, 음식점 주인이 손님에게 3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겁니다.
피고는 청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3년 11월쯤 원고가 피고의 음식점에 찾아 뼈다귀해장국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피고의 직원이 해장국을 전달하던 중 갑자기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뜨거운 해장국이 담긴 뚝배기를 원고의 다리에 쏟았습니다. 그에 따라 원고는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게 됐고, 손해를 배상하라며 음식점 주인에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피고의 직원이 음식을 전달하는 과정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뜨거운 해장국을 원고의 다리에 쏟은 과실로 사고가 일어났으므로 피고가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직원이 식당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으므로 사용자인 피고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겁니다. 민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사람은 피용자가 그 사무 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해 사용자책임을 규정합니다.
법원 복도. (사진=뉴스토마토)
피고는 원고 일행이 테이블의 가까운 쪽에 앉아 있었거나 직원이 미리 앉아서 서빙을 했으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만한 원고의 잘못이 없고 피고의 직원이 잘못한 것을 이유로 원고가 받을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6조가 정하는 사용자책임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할 것 △피용자가 사무 집행에 관해 손해를 줬을 것 △제3자에게 손해를 줬을 것 △피용자의 가해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것 등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사용자는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거나 상당한 주의를 해도 손해가 있는 경우라는 점을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면책사유가 인정되기는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대법원은 사용자책임을 피용자의 배상책임에 대한 대체적 책임이라고 봅니다. 사용자는 피용자의 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면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때, 사업의 성격과 규모, 시설의 현황, 피용자의 업무 내용, 근로조건이나 근무 태도, 가해행위의 상황, 가해행위의 예방이나 손실의 분산에 관한 사용자의 배려 정도, 기타 제반 사정에 비춰 손해의 공평한 분산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위 사건과 같이 사람이 다치는 인신사고의 경우 피해자가 입은 손해는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료 등으로 구분해 산정하게 됩니다. 적극적 손해에는 기왕치료비, 향후치료비, 개호비(피해자가 기본적 일상생활을 혼자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이를 도와주는데 드는 비용) 등이 포함되고,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을 고려해 산정됩니다.
소극적 손해인 일실수입(피해자가 그 사고가 없었더라면 장래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의 상실분)의 산정 과정에서 다툼이 많이 일어나는데, 사고 당시의 소득액에 노동능력상실률을 곱하는 방법으로 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장해 판정을 받아 조금이라도 노동능력상실율이 인정된다면 기대여명까지의 일실수입이 소극적 손해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 액수가 커지게 됩니다.
노동능력상실율에 관한 평가는 보통 맥브라이드(McBride)표나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표가 사용됩니다. 대법원은 노동능력상실율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 기능장애율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종전 직업의 성질과 경력 및 기능 숙련 정도, 신체 기능장애 정도 및 유사 직종이나 타 직종으로의 전업 가능성 기타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해 경험칙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의사 등의 감정 결과 이외에 여러 요소를 참작해 실질적인 노동능력상실률을 평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실수입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득액의 산정은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사고 당시 종사하던 업무로부터 얻고 있던 수입액이 기준이 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실제 수입이 없더라도 그 수입 상실액은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종사해 얻을 수 있는 일반일용노임을 기준으로 하되 피해자가 특정한 기능이나 자격 등을 갖고 있어 장래 그에 대응한 소득을 얻을 수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면 그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