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올해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는 1970년대생들이 전진 배치되고 1980년대생이 기용되는, 이른바 ‘칠전팔기’와 30대 말~40대 초반생의 임원 승진이 도드라지는 ‘삼말사초’ 등의 트렌드가 눈에 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대기업 인사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를 19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칠전팔기’로 요약됩니다. 1970년대생이 사장·부사장 등 고위 임원으로 대거 전진 배치되고, 1980년대생의 첫 임원 기용이 더욱 확대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100대 기업 임원의 약 70%는 1970년대생이 차지해 재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올해 연말인사에서 1970~1976년생 중 부사장·사장 등 고위 임원 승진자가 명단에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1970년대생 사장은 용석우(1970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최원준(1970년) MX사업부 COO(최고운영책임자), 마우로 포르치니(1975년) CDO(최고디자인책임자) 등 3명입니다. 여기에 부사장 320여명 중에서도 1970년대생 비중은 61% 수준으로, 그 중 7%는 1975년 이후 출생자로 나타났습니다. 한국CXO연구소는 “2026년 인사에서는 해당 비율이 1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습니다.
SK그룹은 최근 인사에서 1970년대생 사장을 5명 배출했습니다. LG전자는 아직 1970년대생 사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올해 첫 배출 여부가 주목됩니다. LG전자 부사장급 중 1970년대생 비중은 현재 20% 내외로 내년에는 30%대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자가 3~6명 나올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럴 경우 현대차의 부사장 중 1970년대생 비중은 올해 3분기 32%에서 내년 40%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올해 인사에서 1980년대생 첫 임원 발탁도 대폭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30대 후반~40대 초반 젊은 인재의 임원 발탁이 확대되는 ‘삼말사초’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100대 기업에서 해당 연령대 임원은 약 100명이 활동 중인데, 내년부터 젊은 세대 임원층이 한층 두터워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구소는 “삼말사초 인재의 경우 조직 기여 기간이 10년 이상도 가능하고 차세대 CEO(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기업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는다”며 “올해 인사에서 어떤 기업이 삼말사초 젊은 인재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도 기업의 미래 먹거리 싸움에서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면서 유학파 출신 한국 인재, 글로벌 기업 경력자, 우수 외국인 전문가 등을 임원으로 발탁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국적과 배경을 막론하고 기업 내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유능한 외부·외국인 인재를 적극 영입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미 삼성전자에서도 고 크리스토퍼 한승(고한승) 및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을 비롯해 다니엘 오 데이브 다스, 데이빗 리, 마크 리퍼트 부사장 등 여러 임원이 활약 중입니다. 현대차에서도 호세 무뇨스 사장이 등기임원으로 활약하고 있고 루크 동커볼케, 브라이언 라토프 사장 등 외국인 리더들도 주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포항공대(POSTECH) 등 이공계 특성화 대학 출신의 연구·기술 분야의 인재 쟁탈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의 한국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 석·박사 출신 임원의 비중은 10%를 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이번 대기업 인사에서 전체 임원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면서도 “다양성 강화 차원에서 여성 임원은 더 늘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임원 자리는 예전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