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케이블TV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가 다음달부터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 연기를 통보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이라는 회사 측 설명과 달리, 업계에서는 현금흐름 악화가 표면화된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186만명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딜라이브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될 경우 이용자 피해는 물론 PP와 같은 협력사의 현금흐름에도 직접적 충격이 예상됩니다. 특히 딜라이브는 지난 3월 정부로부터 재허가를 받은 직후 지급 연기 사태가 발생한 만큼,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재허가를 승인한 정부의 심사·사후관리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25일 케이블TV 업계에 따르면 딜라이브는 최근 PP 등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일은 기존 세금계산서 발행 후 30~32일에서 58~62일로 연기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지급 시점을 대략 한 달가량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회사는 "경영 효율화와 유동성 안정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하나"라며 "거래처와의 상생을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딜라이브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당장 (사업을) 운용할 현금이 없다는 것"이라며 "채권단과 채무계약 만기 연장 등 재무건전성 문제가 지속돼 왔는데 결국 수면 위로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딜라이브 로고. (사진=딜라이브)
딜라이브의 재무 건전성 문제는 지난 4월 공시된 연결감사보고서에서도 드러납니다. 딜라이브는 2022년 기록한 대규모 적자에 이어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376억원, 3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166억원 대비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은 33억원에 불과해 자본잠식 직전으로도 분석됩니다. 추가 손실이 30억~40억원만 발생해도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구조입니다. 부채 구조도 심각합니다. 유동부채는 유동자산의 3.4배에 달합니다. 감사보고서는 딜라이브에 대해 '계속기업 불확실성'을 명시했습니다.
문제는 딜라이브의 재정 악화가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시청점유율에 따르면, 딜라이브는 186만6786명, 점유율 5.15%로 케이블TV 3위 사업자입니다. 서울 강남·송파, 경기 등 수도권 핵심 권역을 보유하고 있어 송출 차질이 발생할 경우 다수의 시청자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는 케이블TV의 공공성 기능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2차 피해도 우려됩니다. 지급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중소 PP는 현금흐름이 악화돼 제작·편성에도 차질을 빚게 됩니다. 지역 제작사, 중계업체, 망 유지보수업체 역시 연쇄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딜라이브에 대한 정부의 재허가 결정이 이뤄진 지 불과 8개월 만에 재정 건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책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28일 딜라이브에 대해 재무 건전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재허가를 통보했습니다. 재정 악화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정부가 재허가 승인과 사후관리 과정에서 정책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 민주당 의원은 딜라이브의 부채비율 감소 방안 제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재허가 시 요구한 부채비율 감소 방안을 제출받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