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모집한 해외공모, 감독당국 규제 적법"

해외 발행 형식과 무관…국내 청약 권유 땐 신고 의무 '유효'
중개 증권사 절차적 의무·투자자 보호 기준 재정립 필요성 부각
유안타, '단순 대행' 주장…동일 중개 제휴는 계속 유지

입력 : 2025-12-03 오후 4:08:45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 공모에도 자본시장법상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의 과징금 처분이 적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발행된 주식이라도 국내에서 청약 권유가 이뤄졌다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판결로 다시 확인됐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국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감독 규제가 정당하다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3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나스닥에 직상장한 한류홀딩스는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무신고 모집'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0월 패소했습니다. 이후 항소장을 제출하고 항소이유서까지 내면서 2심 절차에 본격 돌입한 상태입니다. 재판부는 "해외 발행이든 국내 발행이든, 청약 권유가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면 모집 행위로 평가된다"며 금융당국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핵심은 국내 투자자 보호 규정이 해외 공모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한류홀딩스가 미국에서 발행한 주식을 한국 거주자들에게 판매한 점, 국내 증권사를 통해 청약 창구가 열렸고 실제 다수의 국내 신청이 접수된 점을 근거로 '국내에서 이루어진 모집'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요건에 해당한다는 설명입니다.
 
한류홀딩스는 과거 감독당국 안내에 따른 신뢰 형성, 금융위의 사전 통지 절차 미비 등을 이유로 처분이 부당하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공적 견해 표명으로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절차적 흠결 주장 역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 과징금 분쟁을 넘어 해외 상장의 법적 적용 범위를 둘러싼 구조적 이슈와도 맞물립니다. 실제로 한류홀딩스는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과장된 홍보 자료 배포, 공모 참여 가능 증권사 오정보 전달, 무인가 중개업자를 통한 자금 조달 등 여러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밝힌 자금 사용처와 실제 사용 내역이 달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증선위 측을 대리한 이강원 최선 법무법인 변호사는 "이번 1심의 쟁점은 발행 회사가 국내에서 모집 행위를 했음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며 "외국 법인이라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 행위가 이뤄졌다면 국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사안의 핵심은 해외 발행 여부가 아니라 국내에서 실제 모집 행위가 있었는지였다"며 "법원이 이를 모집 행위로 인정한 만큼,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1심 판시를 두고 학계에서는 해외 공모 규제 적용 범위를 명확히 확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상장이라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 권유가 이뤄졌다면 국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번 판결은 해외 발행이라는 형식만으로 국내 투자자 보호 장치를 피해 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해외 법인이라도 국내 투자자를 직접 모집했다면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발생한다"며 "이번 사안이 향후 해외 공모 구조 전반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판결 이후 업계에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청약 창구 역할을 맡았던 국내 증권사의 책임 범위입니다. 당시 청약 서비스를 제공한 곳은 유안타증권(003470)입니다. 한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단순히 미국 현지 IPO 중개사인 '클릭IPO(ClickIPO)'가 제공한 종목을 연동해주는 기술적 대행 역할만 했을 뿐"이라며 "투자를 권유하거나 종목을 설명한 사실이 없고, 자체적으로 실사나 청약 안내를 한 구조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사고 이후에도 유안타증권은 동일 현지 중개사와 제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투자중개업자는 원칙적으로 고객에 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가 있다"며 "증권사의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청약이 이뤄졌을 수 있는 만큼 플랫폼 제공이라도 사실 확인과 위험 고지 의무는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건 이후에도 동일 구조의 해외 IPO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면 내부통제 기준과 위험 심사 절차가 적정했는지 다시 들여다봐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학계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나옵니다. 한 법학과 교수는 "투자매매업자든 투자중개업자든 모두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가 있다"며 "국내 투자자가 증권사 브랜드를 신뢰해 참여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개 증권사의 절차적 확인 의무 역시 당연히 논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 담당부서의 한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현재 소송과 수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주하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